신성장 동력 아시아시장 정조준… 고액자산가 유치에도 ‘올인’
대우증권의 새로운 실험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명가인 대우증권이 국내 브로커리지 1위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 공략과 종합자산관리 강화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07년에 투자한 인도네시아 합작 이트레이딩증권사로 해외시장 공략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대우증권이 이번에는 홍콩에 아시아본부를 설립하고, 홍콩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4각 투자벨트를 완성하며 본격적인 아시아공략에 나래를 편 것.
대우증권이 아시아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과의 공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 채권,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부문의 강자인 산업은행과 주식자본시장(ECM), 리서치부문의 강자인 대우증권의 공조로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새로운 실험에 국내증권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 대우증권 임기영 대표가 금융분과 출구전략 워킹 그룹에 금융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대우증권은 1등 증권사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대우증권은 올해 설립 41주년을 맞이했다. 1970년 출범한 대우증권은 대한민국의 금융역사와 40여년을 함께 걸어왔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대우증권은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증권은 7년 연속 상대수익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런 대우증권이 올해는 해외진출을 강화키로 했다. 더욱이 아시아 시장에 역점을 둔다. 이를 위해 홍콩 현지법인을 중심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홍콩 법인은 최근 15억67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적은 규모의 순이익이지만 상징성이 크다. 같은 기간 미국 현지법인은 2300만 원, 유럽은 1억9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홍콩법인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내 영업은 한계가 있다”며 “국내 대형 증권사는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게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국내 최초로 해외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84년 8월 도쿄사무소를 신설했다. 다음 달인 9월에 뉴욕사무소도 열었다. 2년 뒤인 1986년에는 런던사무소, 1988년에는 홍콩사무소를 개설했다. 그 뒤 1991년에 국내 증권사 최초로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1992년 뉴욕 현지법인, 1994년 홍콩 현지법인, 2007년 호찌민사무소, 2009년 베이징사무소를 설립, 증권업계의 해외진출을 주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하이에 사무소를 추가로 개설했다. 내년에는 상하이사무소와 도쿄사무소의 지점 승격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곳은 동남아시아 화교경제권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우증권 측은 중국시장에 관심이 깊다. 중국이 미래 금융수출의 성패를 가를 거대시장으로 판단한 것. 다만 아직까지는 강력한 진입규제로 국내 증권사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홍콩, 아시아 중심거점으로 육성
대우증권은 최근 홍콩 현지법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격상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대규모 증자를 실시했다. 홍콩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10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로 확충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 1억 달러로 확대했다.
투자은행(IB) 부문을 포함해 본사와 각 사업 분야로 구성된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해 운영한다. 성과를 평가하고 책임 수반도 각 사업부에 귀속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으로 주식 채권 분야에서 홍콩 지역본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증권은 홍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KDB홍콩과 공조, ‘KDB’ 브랜드를 이용한다. 산업은행은 채권시장(DCM),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 등에 강하다. 대우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 리서치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두 기업이 해외부문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다.
대우증권은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주된 무대다. 효율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국가별로 1위권 금융회사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했다.
이들 금융회사와 대우증권은 지분투자, 인수금융업무, 회사채발행 주관, 해외주식거래 중개지원, 자산관리 상품개발 등을 상호 지원한다. 대우증권의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대우증권의 해외 거점과 연계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인도네시아의 이트레딩(e-Trading) 증권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3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지 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입했다. 지난 2007년에 투자한 이트레이딩 증권은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집중 지원함에 따라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대우증권은 이트레이딩 증권에 본사 IB증권을 순차적으로 보낸다. IB 관련해서 현지 딜 소싱(Deal Sourcing)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성공하면 다른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도 접목할 방침이다. 대우증권의 금융수출 역할 모델로 삼겠다는 의도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트레이딩 증권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사업모델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리테일 혁신도 꾀하고 있다. 브로커리지가 강한 대우증권이 종합자산관리로 이미지 변화를 추진한다. 최근 대우증권의 종합자산잔고는 46조원을 돌파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예전에 앉아서 주식 상담해줬다면 이제는 고객을 찾아가서 고객자산을 관리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VVIP 자산관리 분야 서비스 확대
이를테면 고객 1명이 대우증권에 2억 원 규모로 주식투자를 한다면 은행에 수십억 원을 예금해 놓곤 했다. 이들 거액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를 강화한다. 대우증권은 2009년 말부터 서울 강남지역에 고급점포를 확대했다. 2010년 4월에는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청담동에 ‘대우증권 PB Class 갤러리아’를 개설했다. 고액 자산가가 대상이다.
올해 ‘대우증권 X-ray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한 펀드를 자산유형별, 투자 국가별, 투자통화별로 분석해 준다. 이를 바탕으로 조정방안과 조정비율, 추천펀드를 제시하면서 대안과 처방전을 제시한다.
올 초 ‘펀드판매 품질보증제’도 실시했다. 개인투자자가 불완전 판매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매수신청 후 15일 이내에 ‘펀드 리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즉시 환매하고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포함해 투자원금을 지급해 준다.
지난해 8월에는 트레이딩 관련부서를 한 공간에 통합했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외환 등을 다룬다.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는 장외파생상품 시스템의 거래 관리, 포지션 운용과 리스크 관리 등을 지원한다.
트레이딩 센터의 면적은 1652㎡다. 이곳에는 다양한 금융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대형 월 보드(Wall Board)와 원형 발광다이오드(LED) 티커가 장착돼 있다. 금융시장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대표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믹 리뷰 김경원 기자 k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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