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는 1000만원 보상은 '절반' 예상.. 주민들 불안과 공포
#1. 안정재(84)씨는 평생 살던 집을 내줘야 한다는 사실에 혈압이 오른다. 6.25전쟁 이후 집 두 채를 제외하고 폐허였던 갈매동에서 정착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그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고 있다.
#2. 2008년 5월 김명일(45, 회사원) 두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구리시 갈매동으로 이사했다. 3.3㎡당 400만원에 77평 규모의 단독주택이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아이들의 피부는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그의 아늑한 보금자리는 그의 동의도 없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 빼앗기기 일보 직전이다.
#3. 시흥시 은행동에서 식물원을 하고 있는 김정국(가명, 46)씨는 보금자리 개발에 따른 보상체계를 이해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일단 2009년 공시가를 가지고 올해 감정평가를 해 내년 보상금을 준다.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보상금은 최대한 적게 주겠다는 뜻이다.
2차 보금자리주택 보상이 본격 시작됐다. 하남 미사를 둘러싼 보상금 갈등이 2차지구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구리 갈매지구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설명회를 갖는 등 보상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서민을 위한 '반값' 주택을 짓는다면서 '반값' 보상금으로 서민을 내쫓는 게 어느 면에서 민생 정책인지 궁금하다며 반문하고 있다.
◇억울한 구리 갈매 "보상금 시세 절반도 안될 듯"= LH는 지난 20일 구리 갈매지구 주민 대책위원회에서 300여명의 현지민이 참여한 가운데 보상설명회를 개최했다.
권욱 구리 갈매 사업단장은 강단에 올라, 인사를 나눴지만 자리에 앉은 누구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
설명회는 크게 손실보상 및 보상 관련 세제 안내로 구분돼 진행됐다. 현지민들은 각 보금자리주택 지구별로 구성된 대책위를 통해 다 알고 있었지만 일단 귀를 열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보상금에 대한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구리 갈매지구 대책위 등은 하남 미사 등 1차 지구 보상금을 미뤄볼 때 표준지 공시지가의 최대 1.8배 가량의 보상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은 강남 보금자리 보상시 나왔던 2.3배 정도지만 이 역시 시세 대비 절 반 정도다.
대책위 관계자는 "2009년 표준지 공시지가로 보면 전, 답의 경우 ㎡당 20~60만원까지 다양하다"며 "대지는 180~220만원 정도에 공시지가가 잡혀있다"고 밝혔다.
전, 답의 경우 3.3㎡당 66만원~198만원 정도로 1.8배 정도 받는다고 치면 평당 약 345만원의 보상이 나온다. 대지의 경우 최대 396만원가 예상된다. 하지만 구리 갈매 지구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 전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갈매역이 놓인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2008년께 평당 4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구리 갈매는 경춘선 갈매역이 생기고 신내동~구리시 갈매동까지 3.1㎞간 6차선 도로가 뚫리는 등 입지가 좋아지면서 지난달 평당 1000만원에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는 땅이 거래된 바 있다.
고요한 설명회를 채우고 있는 것은 관심과 기대감이 아니라 헐값에 집과 땅을 빼앗길 수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과 한숨이었던 셈이다.
◇2차 지구 대책위들 "차라리 취소해라"= 상황은 시흥 은계나 부천 옥길 등 다른 2차 지구들도 마찬가지다. 부천 옥길은 지난 20일 보상계획 공고가 나갔으며 다음달 시흥 은계지구도 보상계획 공고가 나갈 예정이다.
시흥은계 대책위 관계자는 "하남 미사의 경우 약 70% 정도가 중앙토지위원회를 통해 수용재결에 들어갔다"며 "보상금 액수에 따라 하남 미사와 같이 결사 반대 의지로 나갈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수용재결 절차를 통해 보상금을 다시 산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125조원의 막대한 부채를 쥐고 있는 LH에서 원하는 수준의 보상금을 내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흥 은계의 한 주민은 "2009년 공시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 후 산정해 내년에 돈을 주면 2년 차이인데 이게 말이 되냐"며 "수용 재결해도 늦게 받은 보상금의 이자분 정도만 추가된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후 보상 관련 세금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구리 갈매 주민들이 밖으로 나왔다. 한참 농사일로 바쁜 짬을 쪼개 나온 터라 발걸음은 빨랐다. 허름한 행색 뒤로 담배연기가 흩어졌다.
구리 갈매의 한 주민은 "차라리 보금자리 사업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같은 서민인데 쫓겨나는 서민은 빠져나가지 못할 궁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이민아 인턴 기자 malee@
조유진 인턴 기자 tint@
김현희 인턴 기자 faith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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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인턴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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