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월간 최고치로 올랐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세계 경제 회복세에 낙관적 전망이 확산된 가운데 투자자들이 외환시장을 이탈해 증권시장과 원자재로 몰리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대비 3.17달러(2.9%) 오른 배럴당 111.4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국제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도 2.50달러(2.1%) 오른 123.83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일 인텔과 야후 등 주요 기술주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을 계기로 세계 경제가 일본 대지진과 중동 정정불안 등 악재를 떨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008년 6월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미국 원유 재고량이 예상 외로 줄어든 것도 유가 상승세에 일조했다. 이날 미 에너지국(DOE)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량이 232만배럴 감소한 3억570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3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가솔린 재고량은 158만배럴 줄어든 2억810만배럴로 나타나 지난해 11월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에 몰렸던 안전자산 수요가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한 것을 계기로 원자재와 증시로 이탈하면서 달러는 16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금값도 장중 온스당 1506.50달러를 찍는 등 지난해 대비 32% 뛰었다. 전일 1.4335달러를 기록한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0분 현재 1.2% 상승한 1.4509달러를 나타냈다.
한편 16일 치러진 나이지리아 대선에서 기독교 진영 후보인 굿럭 조너선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패배한 무함마두 부하리 후보를 지지하는 무슬림 진영이 결과에 불복해 북부지역에서 150명 이상이 사망하는 유혈폭동을 일으킨 것도 이날 상승세를 부추겼다.
아담 시민스키 도이체방크 에너지분야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지표로 주가상승을 따라 유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주가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원유 수요도 그만큼 증가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에번스 씨티그룹 에너지선물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동향을 기반으로 이후 원유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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