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 동향의 잣대로 여겨졌던 김포한강신도시 합동분양에서 1순위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애초 김포한강신도시는 몇가지 점에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선 한강 조망권이 가능한 수도권에 공급되는 대규모 단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받았다. 또 실수요자가 많은 소형평형이 집중 공급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15일 대우건설 반도건설 한라건설 등 3개사가 일제히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후 주말 사흘간 각 사별 3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운명을 가른 것은 '교통 인프라'였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 및 수도권 주요도시의 베드타운(Bed Town) 성격이 짙은 곳이다. 따라서 서울로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김포와 서울 도심의 거리는 25km에 불과하지만 현재 48번 국도 외에 마땅한 광역교통망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약점을 참여 업체들은 오는 6월 개통하는 김포한강로 등의 대책으로 만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가장 기대한 것은 9호선 연장 결정이나 버스전용차선제 등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이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930만원대의 경쟁력 있는 분양가와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소형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마저 대거 미달된 것은 김포의 고질병인 교통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서 9호선 연장 결정을 빠른 시일내 결정해야 하며 출퇴근버스전용차선제, 한강 쾌속선 운행 등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량이 많다는 점도 실패요인이 됐다. 이번 합동분양에 나온 5개사 물량은 총 4802채다. 하반기에도 삼성건설 반도건설 중흥건설 우남건설 등에서 7000여채를 공급할 예정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의 장기 불황도 한 몫했다. 지방 분양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부산 광주 울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방문객이 몰리고 청약이 마감되는 등 분양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지역은 딴 판이다. 경기도 평택 '효성 백년가약', 성남 '우성 에비뉴' 등 지난달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대다수가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역시 개포택지지구 재건축안 통과, 고덕시영 재건축 사업인가 등의 각종 호재에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김포한강신도시에는 아직 공급 대기량이 더 많이 남은 미분양 물량도 남아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급할 것이 없는 지역"이라며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이 장기 침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실수요자들을 머뭇거리게 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