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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車의 기술력을 믿었다 등돌린 고객 마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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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르노삼성에 생기 불어넣은 숨은 주역들

“우리 車의 기술력을 믿었다 등돌린 고객 마음을 돌렸다” 나기성 전무(왼쪽) 김형남 전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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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년 만에 매출 5조원 돌파… 국·내외 판매책임자 2인의 시장 분투기

800년 전 칭기즈칸은 세계 역사상 최대 영토의 몽골제국을 건설했다. 유목민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체계적인 조직 관리가 주요했다. 많은 사람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감탄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몽골제국 성장의 전부는 아니다. 칭기즈칸이 세계 정복에 나서기 전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 자무카의 활약상에 주목해야 한다. 그가 어릴 적 살해 위협을 당하던 칭기즈칸을 구해내지 않았다면 세계 최대 영토인 몽골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매출 5조 원을 돌파했다. 출범 10년 만에 이룬 쾌거다. 2000년 출범 당시 매출은 1788억 원, 국내 완성 차 중 꼴찌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완성차 업계 3위에 올랐다. 한국GM과 쌍용차를 훨씬 앞섰다. 내친김에 1·2위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우리 車의 기술력을 믿었다 등돌린 고객 마음을 돌렸다” 2011 서울모터쇼에서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이 하반기 출시될 SM7 후속모델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르노삼성의 기술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력이 없다면 판매량 향상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르노삼성의 노력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자동차라는 망한 회사의 이미지, 소위 자동차업계의 비주류로서 고객의 문전박대를 견뎌내며 사투(?)를 벌였던 이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르노삼성의 5조 원 매출 달성, 40만대 수출 목표 달성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르노삼성의 최대 강점은 수출이다. 올 1분기 수출량은 3만5245대. 내수 판매량 2만8447대보다 1만 대 가량 많다. 전년 대비 1.5배가량 상승했다. 르노삼성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김형남, 나기성 전무다. 각각 국내외 판매담당 임원으로 수출 관련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두 명의 숨은 주역이 밝힌 글로벌 성공전략. <이코노믹리뷰>와 최초 인터뷰다.


구매본부장 김형남 전무
“협력업체 수출 길 터주니 경쟁력·매출 쑥쑥”


“우리 車의 기술력을 믿었다 등돌린 고객 마음을 돌렸다” 올해 초 누적 수출 40만대 돌파 이후 신제품 등장으로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협력업체와 관계를 중요시 한다. 바늘과 실의 관계랄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모그룹인 르노-닛산을 통해 협력업체의 수출길을 터주기도 한다. RNPO(Renault-Nissan Purchasing Organization)라는 조직과 프로그램이 있어 가능했다. RNPO는 독창적인 조직이다. 협력업체에게 글로벌 공급 기회를 주고, 수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품업체들은 신제품을 선보이고,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RNPO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 구매액은 95조 원에 이른다. 협력업체의 기술력 향상은 제품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형남 전무는 RNPO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고 했다. 상생협력 모델로서 매출 증대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매출량이 늘어난 기업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향상된 기술은 완성차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최근 닛산은 국내 부품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주목, 부품 수입과 함께 신차 프로젝트 참여 기업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부품은 계속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고 동시에 일본 닛산으로의 국내부품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르노삼성의 차와 닛산의 차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내 부품업체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평가될까. 김 전무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기술에 비해 해외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판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해외시장에서 통할 만 한 효율적인 마케팅 능력의 배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 전무는 르노삼성의 글로벌 조직과 협력업체의 결합을 시도했다.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할 수 있는 속도, 기술경쟁력, 비용면의 장점만 부각시키면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과는 성공적. 부품업체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후 수출 규모는 대폭 증가했다. 2009년 28개사·32개 부품·120억 원 이었던 규모가 2010년엔 84개사·377부품· 690억 원으로 늘었다.


본업보다 협력사 수출 활로 열기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 “본사 직원들만 힘들어 지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김 전무의 답은 명확했다. “기업 성장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상생모델이다.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수입부품에 대한 국산화가 이뤄질 경우 기술력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 활동은 완성차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해외수출 총괄 나기성 전무
“중동지역 첫 수출…딸 시집보내는 기분”


“우리 車의 기술력을 믿었다 등돌린 고객 마음을 돌렸다”

지난 달 25일. 부산항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쿠웨이트항 수출 차량 1023대 선박의 출항식. 출범 10년 만에 누적수출 40만대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출범 첫 해인 2000년 당시 수출 차량은 192대. 2010년엔 600배가 증가한 11만5783대를 수출했기에 가능했다. 르노삼성의 전채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해외수출을 총괄하고 있는 나기성 전무. 그에게 해외매출 50%란 의미는 과연 무엇이냐고 물었다.


“수익성 측면에서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있는 성장은 자동차업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르노 그룹 내 아시아 허브로서 르노삼성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는 르노삼성의 수출량 증가는 르노-닛산그룹이 (르노삼성을) 한국시장 판매 네트워크가 아닌 생산 거점으로 활용, 한국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르노삼성과 르노가 공동개발하고 르노삼성에서 생산한 차량을 르노와 닛산의 전 세계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하고, A/S망 등 각종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외국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조립해 판매하는 대신, 르노그룹에 100년 간 없던 SUV모델 QM5를 개발, 60개국에 수출에 성공했다. M3 역시 우리 고유의 디자인과 성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출명으로 수출한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의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개발기지로의 의미가 크다.” 르노삼성이 개발기지로 자리매김 한 것은 2005년부터다. 한국형 SM3를 닛산 브랜드로 수출했다.


“2006년 2월에 SM3 첫 수출을 위해 닛산의 까다로운 기술 수준을 충족해야 했다. 당시 담당자들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닛산의 기술자들 앞에서 SM3의 능력을 선보였다. 닛산의 지역본부들이 위치한 두바이, 파리, 멕시코 등을 거치며 시차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현장을 쫓아 다녀야 했고, SM3가 드넓은 세계시장에서 극한적인 자연환경 속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닛산 품질 담당자들이 오히려 자사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나 전무는 SM3의 중동 수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첫 모델의 수출이니 감회가 남달랐을 게다. 그는 “2006년 2월 7일 SM3가 처음으로 중동지역에 첫 선적 될 때는 정말로 딸을 멀리 시집보내는 부모가 된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르노삼성은 현재 80여 개국에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다. 중동, 남미, 아시아 및 유럽 등에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러시아가 각각 전체 수출량 중 19%, 15%, 1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수출 목표량을 정하지 않았다. 일본 지진 여파 등의 변수가 원인이지만 올해 보다 많은 양을 수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반영됐다. 지난해 11만5783대 수준은 무난히 달성하지 않겠냐는 투다. 협력업체 기술력 향상을 통해 갖춰진 기술경쟁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주요 무기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하반기 발효 예정인 한 유럽 연합간의 자유무역 협정(FTA)은 르노삼성자동차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1500cc 초과 차량은 협정 발효 후 3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기술력으로 무장한 QM5, SM5를 통해 유럽시장 진출을 통해 더 많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김세형 기자 fa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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