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동차… 끝없는 ‘욕망의 불꽃’
영상기술 활용한 첨단기술 도입… 무인자동차, 휴대폰 운전시대도 임박
부족함을 느끼면 누리고자 탐한다. 갖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감정까지도 해당된다. 욕망이란 놈, 참 무섭다.
사람의 마음속에 제각각 똬리를 틀고 실체를 숨기고 있고, 한계가 없으니 더욱 그럴게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루소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 했다. 끊임없는 욕망이 더 나은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루소의 말이 사실이라면 욕망은 곧 미래의 지표다.
일상생활에서 욕망의 분출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뭘까.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 하고 있고, 특별함이 부여될수록 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차.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요소는 미래를 여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단서를 제공한다.
문제는 누가 먼저 관심을 보이고, 어떻게 꿈을 꾸느냐다. 관심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소재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뭘까. 자동차다. 대체 왜? 답은 이미 말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이다.
속도 경쟁에서 영상 경쟁으로
욕망은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어서 고상하게 상상력이란 이름으로 표현된다. 판타지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은 예술로 승화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분야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모나리자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그의 스케치 노트엔 미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자동차와 비행기, 탱크를 그렸다.
그가 스케치만 했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실물을 만들어 실험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15세기의 사람이 600년이 지난 21세기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가 그린 것은 수레다. 정확히 말하면 태엽으로 움직이는 수레바퀴다. 현재 차의 모습과 동력원이 다르지만 분명 차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최초 자동차 발명가에 대해선 의견을 갖지만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를 높게 평가한다(학자들 사이에선 휘발유와 증기 엔진 형태를 두고 1886년 벤츠 창업자 칼 벤츠와 1765년 조세프 퀴뇨가 최초라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모양이 완성된 이후 차는 속도 발전의 욕망을 불태운다. 상상 속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 는 것은 영화다<박스기사 참조>. 1990년대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선 제트엔진을 달아 300Km 이상의 속도를 낸다. 시간을 거슬러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 수 있다는 설정. 1953년형 쉐보레 벨에워가 사용됐다.
007 시리즈는 첨단기술의 집약된 차가 등장한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에스틴 마틴과 BMW에 사용된 화려한 기술. 수륙양용차로 변하는가 하면 점프를 하는 자동차도 나온다.
급기야 1997년 개봉된 ‘007 네버다이’에선 휴대폰으로 자동차를 원격조종하는 씬을 선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자동차의 진화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첨단기술은 크게 카메라가 등장한 이전과 이후로 나눠 볼 수 있다. 카메라 이전에 빠르기가 진화의 전부였다면 이후엔 첨단기술의 접목이다. 조금 더 편하게 운전하겠다는 욕망은 카메라를 통해 완성됐다. 영상의 진화와 맥을 같이 하는 이유다.
조금 더 최근 영화를 떠올려보자. 2009년 개봉된 ‘트랜스포머’. 자동차의 무인조종은 기본. 위험한 일이 닥치면 로봇으로 변해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작은 자동차가 대형 로봇으로 변한다는 설정 자체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무인조종만큼은 현실 가능해 보인다.
무인조종은 카메라가 있어 가능하다. 4D로 인식된 사물을 메인 컴퓨터로 전달, 차간 간격을 조절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식이다.
영남대 지능형자동차개발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실험단계 수준의 무인자동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조만간 현재 기술 변화의 속도를 감안했을 때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2009년 트랜스포머와 같은 시기에 개봉된 ‘데이브레이커스(흥행엔 실패했지만 미래형 자동차의 지평을 연 영화)’에 등장했던 크라이슬러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뱀파이어가 타는 차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에서 출발한 차는 주간모드 운행이 가능하다. 햇빛에 노출되면 죽는 뱀파이어가 낮에 자동차를 탈수 있다니. 영화에선 낮에 모든 창이 새까맣게 변하고, 그 위로 실사와 똑같은 영상이 뜬다. 차량 주위에 부착된 카메라로 앞뒤좌우 모든 부분을 촬영해 운전자에 게 영상으로 전달, 주행이 가능하다.
‘천리안’장착도 꿈이 아니야
최근 영화에서 나볼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콘셉트 카에는 수많은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 했다. 양산차 중에도 카메라를 이용한 차들이 등장했다.
후방카메라는 어떤가. 불과 얼마 전까지 내비게이션을 설치했을 때, 옵션 기능으로 여겨졌던 것이 기본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잘 보이지 않던 뒤를 앉아서 보며 ‘이거 참 대단하네’라고 외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최근엔 차량의 전후좌우에 카메라가 모두 설치, 운전자의 편의성을 돕고 있다.
인피니티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대표주자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SUV의 높은 차체로 주차가 불편 하다는 점에 착안한 카메라로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앴다. 차량의 앞뒤, 좌우 사이드 미러 밑에 카메라를 각각 1개씩 부착해 차량의 주변을 모두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BMW도 비슷한 시스템을 탑재했다. 뉴5시리즈에 탑재된 기술로 백업 카메라와 좌우 사이드미러에 카메라를 설치, 컨트롤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주변을 모두 확인 가능하다.
차량 정면에 열 영상 카메라를 활용한 나이트비전은 어두운 밤에도 낮에 촬영된 것 같은 영상을 컨트롤 디스플레이에서 전송 해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다. 볼보는 사이드미러 좌우에 카메라를 설치, 사각지대를 경고하는 블리스 시스템을 채택해 활용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산차에선 아직 활용하는 차가 없지만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과 동시에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할 경우 연비 향상까지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2011 서울 모터쇼에 소개된 콘셉트 카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업체가 공개한 콘셉트 카를 보면 대부분 사이드미러가 없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차를 개발할 때 가장 민감한 부분이 사이드미러다. 전체 차량 크기의 면적에 3%가 채 되지 않지만 공기저항계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 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차량 앞쪽에 달렸던 펜더 미러는 공기저항계수에 의해 작아지며 현재 위치의 사이드미러로 진화했고 카메라 관련 법안 통과가 될 경우 카메라가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
2011 서울 모터쇼에서 최고의 콘셉트 카로 뽑힌 미래가 그렇고, 현대차의 커브, 기아차의 팝과 네모, 아우디 E트론 등은 사이드미러를 없앤 대표적 콘셉트 카다. 대부분 영상을 전면 유리창에 띄우는 헤드 업시스템(HUD)과 중앙 모니터 컨트롤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어 가능해졌다. 한국자동차공학회에 카메라의 기술과 미래형자동차의 진화와 관련된 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기술적인 면이 많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카메라와 자동차의 결합은 미래형 자동차의 기본 틀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일례로 크루즈컨트롤에 사용되는 레이저 센서가 카메라로 대체되면 운전자의 편의성은 엄청나게 증가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크루즈컨트롤 기술에선 전방 물체의 감지를 레이저 센서를 통해 2D 형태로 감지하고 있다. 차량 전면에 설치된 레이저 센서에서 전파를 발생해 거리를 파악해 차간 간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이 경우 갑작스런 차량 끼어들기, 급커브 구간, 오르막과 내리막길에선 빈 공간이 생기기 쉬워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카메라가 장착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된다면 3D형태로 물체를 인식, 불안 요소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미래형 자동차의 끝으로 불리는 무인자동차도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007 네버다이에 나왔던 휴대폰으로 무선조종을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에서 아이폰을 이용해 움직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메르세데스 벤츠와 혼다, 닛산은 내부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피로도와 기분을 파악해 메인 컴퓨터와 운전자간 대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수소차 ‘그린 에너지’시대
혹자는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는 그린 에너지 차라고 말할 수 있다. 카메라가 자동차의 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거다.
사실 자동차와 카메라가 어울리는 조합만을 두고 미래형 자동차라고 지칭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다만 전기차의 시대, 수소차의 시대가 와도 동력의 차이만 있을 뿐 운전자의 편안함과 첨단기술 면에선 카메라의 결합은 늘 뒤따르기 마련이다.
각종 첨단 장치의 기본에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뿐 아니라 휴대폰을 비롯해 MP3 등 각종 전기장치가 카메라의 매력에 빠졌다. 편하고자 하는 욕망의 끝엔 늘 카메라가 있다.
2020년이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엔지니어는 개발을 끝냈고, 판매 예약을 받고 있다. 미래형 차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끊임없이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믹 리뷰 김세형 기자 fa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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