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꿈의 메이저'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45야드ㆍ사진).
프로선수는 물론 '골프광'이라면 누구나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골프장"으로 꼽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라운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직도 '금녀(禁女)'의 전통을 지키는 등 철저하게 폐쇄적인 회원제 운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과의 동반라운드가 아니면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돈이나 권력이 있다고 회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2년 USA투데이가 공개한 300여명의 회원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등 정ㆍ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프로골퍼는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로스, 존 해리스 등 3명뿐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회원 가입을 희망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화는 유명하다.
골프장은 '구성(球聖)' 보비 존스가 1930년 인디언들의 농장이자 과수원 종묘장이던 땅 147만7천082㎡를 7만 달러를 주고 사들여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조성했다. 1934년부터 대회가 시작됐고, 1939년 마스터스란 이름이 붙여졌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3∼1945년에는 칠면조 사육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마스터스를 위해서 10월 중순부터 5월말까지 7개월 정도만 개장한다. 대회 기간에는 인근 골프장의 코스관리자들까지 자원봉사자로 가세해 단 1개의 디봇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다. 1997년 타이거 우즈의 최저타 우승(18언더파 270타) 이후 해마다 전장을 늘리는 등 난코스로 변신하다가 2006년 우승스코어가 7언더파로 떨어지자 이후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아멘코너'로 불리는 11~ 13번홀이다. 1958년 허버트 워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가 재즈 밴드의 연주곡 '샤우팅 앳 아멘코너'에서 힌트를 얻어 명명했다. 첫 홀인 11번홀(파4ㆍ505야드)은 티 샷이 조금만 왼쪽으로 빗나가도 연못으로 직행하는 '해저드의 덫'이 도사리고 있고, 12번홀(파3ㆍ155야드)은 그린 앞의 개울이 위협적이다.
마지막 13번홀(파5ㆍ510야드)은 '2온'이 가능해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우승 진군이 가능하다. 아멘코너를 기점으로 후반 9개 홀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마지막까지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한다. 최고의 '승부처'는 살짝 대기만해도 수십 야드를 굴러간다는 '유리판 그린'이다. 그래서 오거스타의 신(神)만이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이야기도 만들어졌다.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은 원래는 회원들이 입던 옷이다. 1937년 만들어져 가격은 한 벌에 250달러에 불과하다. 당초에는 회원을 구분하고, 웨이터가 돈 낼 사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우승자는 골프채를 골프장에 기증하고, 이듬해 역대 챔피언과 회원들을 초청해 '챔피언스 디너'를 갖는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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