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낙제 발언에 대해 "진의가 잘못 전달돼 골치가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때 발언한 '정부 정책 낙제점 발언'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 진의가 오해됐다고 강조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명의로 정부정책 평가 발언이 오해됐다고 설명한 데 이어, 본인이 직접 해명하면서 적극 진화에 나섰다.
이 회장은 31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차 다음달 3일 개막되는 영국 런던 스포트 어코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출국길에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등 잘 해왔다는 뜻"이라며 "완전히 오해들을 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낙제점은 면한 것 아니냐"고 발언한 이후, 청와대에서는 "배신감을 느낀다" "듣기 거북하다" 등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며 정부와 삼성간 불편한 기류가 형성돼 왔다.
당시 청와대는 삼성 등 수출 대기업의 성장을 위해 고환율 정책과 각종 세제 혜택 등 여러 방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는데, 이 회장이 낙제점 발언을 한 이후 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기업들을 위해 엄청난 애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세계 금융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벗어났다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이 회장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배신감까지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은 김순택 실장이 "정부가 그동안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펼쳐 경영활동에 상당한 도움을 받아왔다. 향후에도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동반성장에 대해서도 이 회장의 뜻이 강하니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며 이같은 어색한 기류를 무마하려 했으나, 구체적인 화해 기류가 조성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 회장이 국익차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출국하며 공식 해명에 나섬에 따라 정부와 삼성간 불편한 기류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회장은 다음달 3일부터 개막되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과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행연합,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 등 3개 단체 총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연석회의 등의 행사가 한자리에서 열리는 스포트 어코드에서 IOC위원들을 만나 공식 유치활동에 돌입한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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