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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TERVIEW] 상처 입은 당신, 회복탄력성은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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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회복탄력성/김주환 지음/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사람은 역경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물음을 갖고 미국의 의사들, 심리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를 단행했다. 하와이 군도 북서쪽 끝에 붙은 인구 3만명의 카우아이 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인간을 어떻게 부적응자로 만드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가난과 질병으로 둘러쌓인 작은 섬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범죄자와 알코올 중독자였다. 수십년간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조사를 벌인 결과, 과학자들은 “역시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이 범죄자와 알코올 중독자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아주 뻔한 연구로 끝났겠지만, 가장 취약하다고 분류된 201명 중 72명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커버렸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관심을 돌렸다. 이들은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는데도 학교 성적은 우수했고, 성격은 긍정적이고 자부심이 있었다. 가난과 굶주림, 폭력같은 역경을 오히려 '디딤돌' 삼아 발전해 가는 힘을 뜻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았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자신을 믿어주고 감싸안아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은 물론 청소년 가출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향해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런 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예 책을 펴내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를 29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빌링슬리관에서 만났다.

[BOOK&INTERVIEW] 상처 입은 당신, 회복탄력성은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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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독자를 청소년으로 삼은 이유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 친구들 얘기를 아이들과 주고 받다보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몇 해전부터 초·중·고생들의 소통능력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세요? 게임은 아이들이 유일하게 스스로 결정한 겁니다. 만일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가 학교 수업이었으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그는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릫주인공릮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자율성'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힘든 현실을 못 견디고 목숨을 끊는 아이들은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교총에선 교과서 베껴쓰기, 운동장 돌기같은 '간접 체벌'정도는 허용하자고 합니다.
▲때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들의 자존심을 살리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체벌 자체는 반대입니다. 너무 빨리 성장하다보니 자존심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 돈과 출세밖에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남보다 튀려면 돈 밖에 없는 겁니다. 가난하고 청빈하면 무시를 받습니다. 가난함을 자랑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인생이란 육상경기에서 정해진 결승선을 향해 달리다 보니 사람들은 인내심은 크지만 행복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배우지 못해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계발서와 처세술을 다룬 책들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진다.


-불행한 카우아이 섬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련에 대한 면역력(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합니다. 처음부터 커다란 역경을 이기라는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잘한 시련을 이기는 훈련을 해야해요. 버스가 안 서고 지나간다든가, 접촉사고가 난다든가, 상사와 갈등한다든가, 시험공부를 한다든가, 그런 어려움을 견디는 훈련을 하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계발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란 권고다. 이로써 행복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학습욕구가 강했던 김 교수는 다른 학과 강의를 듣기도 하고 청강을 신청하기도 했다. 보조적으로는 감사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라고 충고한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감사할 만한 일을 다섯가지 이상 수첩에 적는다. 머리 속으로 떠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글로 써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뇌가 다음날 아침 일어날 때부터 감사할 일을 찾게 되고, 내게 벌어지는 일들을 감사하게 바라보는 습관이 든다. 또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 장력 운동을 골고루 일주일에 3번 이상씩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한국인을 위한 회복탄력성 측정 지수도 만드셨습니다.
▲측정 결과가 놀랍습니다. 차량 전복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는데도 이를 극복하고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같은 분들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아쉬운 점은 김 교수가 개발한 '회복탄력성 지수' 테스트 문항이 임의적으로 편집된채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문항 전체를 인터넷 홈페이지(www.asiae.co.kr)에 게재키로 했다.

[BOOK&INTERVIEW] 상처 입은 당신, 회복탄력성은 얼마입니까?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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