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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복구, 야쿠자까지 팔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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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복구, 야쿠자까지 팔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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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 조직범죄집단인 야쿠자들까지 복구에 동참하고 나서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본 야쿠자 3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가 이재민 구호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일어난 지 몇 시간 뒤 야쿠자 조직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도쿄의 사무실을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한편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차량들을 동원해 구호물자을 싣고 쑥대밭이 된 지역으로 달려갔다.


3위 규모 조직 이나가와카이는 도호쿠 지역으로 기저귀·라면·배터리·손전등·음료수 등을 4톤 트럭 25대에 실어보냈다. 2위 조직 스미요시카이는 일본 주재 외국인들에게 임시 대피소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일본 사회에 아직 외국인에 배타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는데다 야쿠자 조직의 특성상 우익 성향이 강하기에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대 규모 조직 야마구치구미도 전국의 사무실을 개방하고 피해지역으로 생필품을 실어보냈다. 이 모든 행동은 주변의 눈길을 끌지 않도록 조용히 이루어졌다.

이 중에서도 도호쿠지방에 연고지가 있는 이나가와카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나가와카이의 도쿄조직은 지진 발생 다음날인 12일 밤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나카시로 50톤의 구호물자를 실어보냈으며 이재민들이 받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가나가와(神奈川)지역 하부조직도 이바라키와 후쿠시마(福島)현으로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70대를 보냈다. 이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확산으로 대피령이 내려졌음에도 서슴없이 이들 지역으로 들어갔다. 이나가와카이가 전달한 구호물자는 1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직원은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며 기부한 물건을 사람들이 받지 않을 수도 있으니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를 취재한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의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야쿠자의 자선행위가 놀랍겠지만 이는 처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1995년 한신대지진(고베 대지진) 때도 가장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에 나선 단체 중 하나가 야마구치구미였다는 것이다. 이후 피해가 복구되고 야쿠자들은 활발한 ‘영업활동’을 통해 지출한 돈을 다시 벌어들이긴 했지만, 이재민에게 도움이 절실한 순간 이들이 나섰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선행이 야쿠자들을 이해하는 것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과거 역사에서 야쿠자는 이른바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일’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아델스타인은 설명했다. 일본 패전 후 미 군정은 좌파의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고 소요를 진압하는 것에 야쿠자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세를 불린 야쿠자들은 50년간 집권한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대기도 했으며 이는 일본 사회가 긍정적인 면이나 부정적인 면 모두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기반이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경찰청은 도쿄의 모든 야쿠자 조직 보스들을 불러모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힘써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때문에 야쿠자는 분명한 범죄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엄격한 규율 등으로 포장된 야쿠자 조직세계의 이미지 등이 일본인들로 하여금 동경하게 하거나 이들의 존재를 용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본 경찰 당국이 40대 이하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0%가 “야쿠자는 사회의 필요악”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델스타인은 이같은 독특한 관계가 이번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야쿠자들이 공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가운데 구호활동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또 있다. 지진 사태 전 일본 경찰당국은 야쿠자 조직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고 있었다.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이미지를 만들 경우 그만큼 당국의 압박 수위를 풀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야쿠자 조직의 세계에서 ‘인협(仁俠)’을 중시하는 원칙도 이같은 행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현실에서의 야쿠자 조직은 이권 앞에서 잔인하고 사회의 취약계층을 갈취하지만 이번같은 초유의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야쿠자들도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와 싸운다는 본연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아델스타인은 설명했다. 한 조직원은 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에는 야쿠자·일반인·외국인이 따로 없다. 우리는 모두 ‘일본인’이며 서로 함께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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