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2차 대전때의 자살 특공대 '카미카제(神風)'는 실패했지만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결사대는 임무를 성공리에 마쳤다. 목숨을 건 결사대의 원전 냉각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더 강력한 타격을 입힐 수 것으로 우려됐던 대규모 여진도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일본 상황은 바닥을 쳤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비아 사태는 민주화 시위에서 내전을 넘어 서방 세계와 카다피의 대결로까지 확대됐다. 반군 제압에 성공하는 듯 하던 카다피측에 미국과 유럽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이어 직접 공격까지 감행했다. 수십년간 서방측 압력에도 굳건히 버티던 카다피 정권이 국민적 저항으로 명분을 잃은 틈을 탄 서방측 공세를 이번에도 견뎌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악의 상황을 막은 일본사태는 세계인의 불안심리 뿐 아니라 투자심리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제 반등으로 이어질 시간이라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번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아직 파악이 안된 상태다. 관련 뉴스에 따라 시장은 급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에 대한 서방측 공격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만 전황에 따라 유가불안과 이슬람권 전체의 정정불안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다피는 식민지 침탈을 언급하며 결사항전을 외쳤다. 그의 아랍민족주의가 이슬람 제국을 움직일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주 증시도 불확실성에 기반한 변동성 장세의 연장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일본이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지만 우리 증시는 이미 일본 대지진 전 지수를 회복했다. 지수만 놓고 본다면 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우리는 이미 회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실도 그럴까. 지난주 증시에서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손익계산이 분주했다. 남의 불행을 두고 손익계산을 하는게 씁쓸했지만 그게 증시의 속성이다. 이번주는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안도감(?)에 이같은 흐름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익계산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보강되면서 피해주와 수혜주간 희비교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번주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묻혀졌던 다른 경제적 변수들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국제전으로 확대된 리비아 문제는 국제 유가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 유가 불안은 글로벌 증시와 외국인에 특히 영향을 끼친다. 하루 이틀 사이에 카다피가 항복을 선언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긴축 문제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중국 증시도 지난주 일본 영향이 크지 않았다. 본토 지수는 주간 단위로 0.9% 하락했고, H지수도 0.2% 하락에 그쳤다. 우리처럼 일본 관련 소식에 '일희일비' 하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중국에서 긴축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주말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에서 보듯 중국의 긴축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란 게 다수의견이다.
이같은 악재들에도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한 미국경기 개선세가 최근 속도를 더해 간다는 점은 투심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의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시장의 완연한 회복세가 가세하며 경기회복의 지속성을 더욱 견고하게 뒷받침해주는 양상이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하락세로 가격메리트가 다시 부각되고 있고, 실적모멘텀 측면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 화학, 에너지, 자동차 업종 중심의 매매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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