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일본 대지진은 결국 엔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15일 일본이 재해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옵션인 ▲ 미국 국채 등 해외투자자산을 매도하여 그 돈을 회수하고 ▲ 추가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 중 미국 국채 매각 시나리오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미국 입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 상승하게 되면 막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붓는 격이고, 일본 입장에서는 해외자산 매각 및 자금 송환으로 엔화가 급속하게 강세를 보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타격을 입은 수출 기업들에 악재를 하나 더 얹는 꼴이 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지금보다 절대 레벨이 높았기 때문에 엔화 강세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지금은 그보다 20%나 낮은 81엔이다. 일본 정부는 현 수준에서 엔화가 더 강세로 가는 시나리오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돈을 풀고 부채를 늘리고, 국제사회는 이를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좀 더 부담을 지더라도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박 애널리스트는 "전날 시장에서는 일본과의 경합관계 있는 기업들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앞으로 엔화 약세가 전개될 경우 그러한 기대감은 서서히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는 좋게 해석하자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다. 가격 자체도 떨어지고 있지만 MENA정정 불안으로 야기된 원유 현물에 대한 과도한 선호(preference)가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가세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산업 수요가 높은 금속인 구리와 팔라듐의 가격도 최근 고점 대비 10% 상당 하락했다. 구리와 팔라듐의 가격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 하락이 글로벌 수요 둔화쪽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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