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한나라당 의원 "청라 지구 이사오니 불편해 LH간부들 불러 따졌다"...찬반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현직 국회의원이 LH가 조성한 신도시에 입주한 뒤 불편을 느끼자 LH 간부들을 불러 혼쭐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학재(인천 서ㆍ강화갑)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자신의 이같은 행동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최근까지 서구 불로동에 살다가 지난달 25일 신도시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 지구 한 아파트에 입주한 후 여러모로 불편을 느꼈다.
이 의원은 "실제 살아보니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병원ㆍ식당, 식료품 가게, 학원 등 생활 편익 시설이 들어와 있질 않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원인을 살펴보니 사업시행자가 입주 시기에 맞게 도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생활편익들이 입점 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일 LH 인천본부장ㆍ청라영종사업본부장을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로 불러내 '호통'을 친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생활에서 느낀 원인 진단'을 바탕으로 청라 1단계 주운수로 조기 완료ㆍ청라역 조기 개통ㆍ연륙교 조기 착공ㆍ공항고속도 검암IC 착공 등을 요구했다. LH간부들은 기존의 방침을 확인하는 수준의 답변에 덧붙여 "최대한 빨리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해결사' 역할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마침 LH를 관할하는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지난 4일 상임위에서 이지송 LH사장을 상대로 '청라 지구'를 청라국제도시로 명칭을 바꾸고 지지부진한 개발을 조속히 추진해달라는 등의 민원을 제기했고 "직접 챙기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 의원은 특히 앞으로도 계속 자기 동네 민원을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청라의 성공은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며 "앞으로 새로 전입할 입주자들은 현재의 불편을 반복하지 않도록 선배입주자로써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자신이 입주한 신도시 입주민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에 적극 나서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야 "의원님이 같은 동네 사니까 든든하다"며 대환영하고 있다. 이 의원의 글에 한 입주민이 "의원님 글을 보니 힘이 난다. 청라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 달라"고 답하는 등 지지 댓글이 잇따랐다.
반면 다른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청라 지구 인근 서구 심곡동 한 주민은 "국회의원이나 되니까 그 바쁜 LH의 간부들을 불러 호통을 칠 수 있었겠지, 우리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일이다"며 "지역구도 아닌데 자기가 사는 동네 민원 해결을 위해 권력을 쓴 것 아니냐. 본연의 임무인 국정은 신경쓰지 않고 시의원ㆍ구의원이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라 지구는 아직 내년 총선 지역구가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말 이 의원이 소속된 서ㆍ강화갑에 편입될 지 여부가 결정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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