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인터뷰
-북한내 변화 조짐은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가.
“물질세계 법칙들을 사회생활에 적용할 때 처럼 어떤 패턴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북한의 패턴이라면 예전에는 당에 대한 고마움, 무료 배급 등 으로 인해 당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내에서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이 아니라 시장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간부들도 손에 ‘풀기’가 있을 때 뇌물 등을 최대한 받아내려 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남조선, 북조선 대신 '아랫동네' '윗동네'로 부르는 이들이 많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폐쇄국가인 북한 사정을 소상하게 파악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리고 '스텔스USB'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
“북한 소식은 중국과의 접경지대 등에 이른바 통신원들이 있어 휴대폰 통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내부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도록 지난해 2월 휴대용 저장장치인 '스텔스 USB'를 자체 제작했다. 그 이후 인편 등을 통해 비밀리에 북한에 반입시키고 있으며, 거기에는 한국 소개 홍보자료와 TV드라마와 가요는 물론 영화 전자도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본다.”
-북한내 변화 가능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1단계는 과거에 모르던 것을 깨치는 단계다. 2단계는 깨친 것을 현실과 비교해보는 단계다. 3단계는 다른 사람들과 그 같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해와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단계다. 요즘 북한 상황은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감대가 있어야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지금 북한에는 우국지사는 많은 데 애국지사는 없다. 현재의 울분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 한 몸 바쳐서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사람은 아직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우국지사 가운데 애국지사가 등장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2009년화폐 개혁의 실패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북한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 구할수 있다. 마약도 널리 퍼져있다. 애들은 집에서만 청바지 입고 밖에는 그 차림으로는 못나가지만 청바지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돈만 있으면 총 빼고는 대부분 구할 수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특히 2009년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이 생명줄처럼 여기는 종잣돈마저 화폐 개혁을 통해 싹싹 긁어갔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다. 현찰만 안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현물이든 뭐든 서서히 주면서 길들이면 북한이 달라졌을 것이다. 1996년 당시가 떠오른다. 그 당시 주요 도시 역전에 나가면 통제하는 사람이나 행인이나 모두 배고파 허덕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걸 보면서 북한이 이제 얼마 못버티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후 외부에서 식량지원이 이뤄지면서 죽어가든 북한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사실 1997-98년도에는 내리막을 가다가 거의 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당시 한국정부가 햇볕정책 말고 좀 더 기다렸으면 북측이 고개를 숙이고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도 북한과의 협상시 좀더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의 제안을 하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떤 식의 제안을 말하는 것인지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예컨대 국군포로를 남한으로 보내주면 1인당 얼마씩 쌀을 보내준다는 식으로 제안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몇 년내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건 예언가도 맞추기 어렵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의 추이를 살펴볼 때 대략적으로 5~10년 사이에 통일의 큰 전기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10년이라면 그리 먼 미래도 아닌데 그 같은 판단을 하게 된 근거가 있는가.
“세가지 정도를 꼽고 싶다. 우선 가장 강력한 체제 유지세력인 북한 군의 정신이나 기강상태, 그리고 전투력이 상당히 해이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북한군의 병사와 하급장교 대부분이 자기들은 ‘시장의 아들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군대는 ‘노동당의 아들딸’로서 이들은 당에서 내주는 무상배급을 받고, 무료교육에 무상진료를 받고 자랐다. 하지만 지금 군인들은 시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산전수전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라난 세대들이어서 당과 수령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든지, 총폭탄이 된다든지 하는 정신상태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이후 4개월간 식량이 크게 부족해 사단별로 하루 한 두명씩 굶어죽는 군인이 나올 정도로 기아가 극심했다.
두 번째는 체제 유지세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간부들의 뇌물, 부패, 직무유기 현상이 매우 심각해 지시와 복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지금은 감시자와 감시받는 사람 사이에 공생관계가 형성될 정도로 가까워져서 예전처럼 중앙당에서 지시만 하면 온나라가 한 목소리로 화답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지시에 대한 집행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공화국 창건 이후 66년의 긴 세월이 흐르다 보니, 북한체제를 유지하고 뒷받침하는 프로레타리아 독재가 솜방망이처럼 돼버려 계급투쟁의 강도가 약화돼 체제에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기제가 매우 느슨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북한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단초는 어디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큰가. 군부 쿠데타 아니면 시민들의 집단시위?
“주민들의 자발적인 집단시위로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군부 쿠테타로 번져갈 가능성이 지금으로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판단된다."
-NK지식인연대의 활동상과 김 대표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NK지식인연대는 2004년 남한으로 귀순한 뒤 북한이탈주민 후원회에서 3년간 일하면서 탈북자 가운데 전문적 능력이나 지식있는 사람들을 썩히는 것이 안타까워 개개인의 능력을 우선 합쳐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학술 연구도 하고 인터넷 방송도 하면서 계간지 '북녘마을'도 출간하는 등 여러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탈북자 자녀를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인 삼흥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중국을 거쳐 탈북해 2004년 한국으로 들어왔으며 그후 아내와 딸까지 북한을 탈출해 현재 남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대학교(서강대) 4학년이다.”
김동원 선임기자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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