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석유협회장 "카드업계·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검토해야"
"정유업계 최선을 다해 고통분담하고 있다" "사회공헌 지속·확대 할 것"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현재 유가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정유업계도 고통분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23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유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정유업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그의 항변은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긴 90여분 동안 지속됐다.
오 회장은 먼저 현재의 유가가 높은 수준이 아님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제유가가 140달러까지 상승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 그는 “기름을 과거처럼 값싸게 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소비자들도 상시적인 고유가 시대에 맞게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해 국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에 대비해 정부와 업계가 대책을 강구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 회장은 정유사들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서민들의 고충을 덜고자 지난 17일부터 난방유 가격을 50~60원씩 인하했다”며 “각 정유사별로 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감내한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또 “정유업계가 정유사와는 별개로 2008년말부터 약 1000억원을 목표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 의무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휘발유, 경유 등 다른 기름에 대한 추가 가격인하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을 피했다. 오 회장은 “가격 조정에 대해서 만약에 정유사들이 뜻을 모아 결정한다면 담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유사들의 자발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에너지빈곤층과 생계형 자동차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사회적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대책 마련을 강구해 달라”고 피력했다.
불법석유에 대해서도 정부의 조사를 강경하게 촉구했다. 오 회장은 “불법석유 단속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불법 석유단속과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단속강화를 요구했다. 그는 “불법석유 단속하면 기름값의 50%를 세금으로 걷는 국가가 가장 큰 이익을 본다”며 “불법석유가 환경공해에도 치명적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불량식품, 불량의약품, 가짜 주류 단속 등에는 해당 사업자가 나서지 않지만 정유사들은 불법석유 사용 단속에도 비용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류세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류세와 관련한 이슈를 ‘논쟁’이라는 단어로 강조하면서도 “정유업계가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며 한 발 빼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어 “정유업계가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지는 않았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도 없다”고 속내를 비췄다.
유류세 논쟁을 피해간 오 회장은 초점을 카드수수료로 돌렸다. 현재 주유소에 이용하는 카드의 수수료는 1.5%라며 정유사는 주유소의 마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크다며 카드수수료 할인에 대한 카드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유소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같은 지역내의 주유소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큰 폭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의 경영 사례 등을 분석해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 회장은 석유협회 회장직을 향후 2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협회는 하루 뒤인 22일 정기총회를 예정하고 있으며 오 회장의 정기임기는 이날까지다. 임기를 하루 남긴 오 회장은 “현재의 유가를 둘러싼 논란과 유류세 논쟁이 가만히 있을수록 오해만 쌓이는 상황”이라며 정유 업계를 대표해 발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 회장이 내일 있을 정기총회에서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변이 없다면 오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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