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사(私)교육비가 줄었다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져서 그런가? '사교육비가 사상 처음 감소했다'는 통계청의 어제 발표를 접한 후 많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다. 사교육의 기세는 여전한데 '사교육비 감소의 원년'이라니, 영 미덥지 않은 것이다. 발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상 사교육비가 줄기는 줄었지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소폭이 미미한데다 그 사유도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통계청은 전국 1012개 초ㆍ중ㆍ고교의 학부모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총사교육비는 20조8718억 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2009년보다 2000원(0.8%)이 줄었다. 총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2001년 통계 작성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망국병이라는 말까지 듣는 사교육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사교육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은 가장 비생산적인 자금이기도 하다. 사교육 추방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이유다.
사교육비가 줄어든 데에는 교과부가 장려하는 방과후 과외나 EBS 강의, 특목고 입시제도 개편 등이 일정부분 약효를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정책과 무관한 경제적, 인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총사교육비 감소액 7541억원 중 78%는 학생수 21만명 감소에 따른 효과다. 여기에 체감경기 악화로 더 이상 사교육비를 늘릴 수 없는 가계의 한계도 작용했다. 가파르게 올라가던 1인당 월 사교육비가 2년째 24만원 선에서 정지한 것이 그 근거다.
사교육 참여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초등생의 86.8%, 중학생의 72.2%가 이런 저런 과외를 받는다. 여전히 과외 왕국이다. 사회ㆍ과학의 사교육비가 줄어든 대신 영어ㆍ수학은 늘었으니 풍선효과에 다름 아니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적어도 3~4년은 지속적, 획기적으로 줄어야 사교육의 퇴조를 말할 수 있다. 정부와 교육계, 가정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학력ㆍ학벌중시의 사회문화도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