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의 항문압력 감소효과 입증…"좌욕과 동일한 효과 기대"
여전히 '질병치료'에는 부정적…"특히 쾌변기능 조심해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비데를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비데만 믿고 다른 '입증된' 방법을 등한시 할까 우려해서다. 또 판매사들이 강조하는 일부 기능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측면도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데는 '훌륭하게' 항문압력을 줄여줬다. 비데가 좌욕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학문적 배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연구에는 비데 회사가 공동 참여했는데 앞으로 '강력한' 홍보활동도 예상된다. 비데가 똑똑해지는 만큼 소비자들도 제대로 알아야겠다. 생활과 질병 중간 경계선에서 열심히 영역을 확장하려는 비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잘만 쓰면 좌욕도 대체가능"
비데가 항문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알아보는 연구가 최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다. 대표적인 비데 판매사와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의 공동연구다.
항문질환이 없는 건강한 청년 20명을 대상으로 비데를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의 항문압력을 측정해 비교했다. 두 가지 온도(24도와 38도), 4가지 수압으로 나눠 관찰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38도에서 저압 또는 중간압력으로 비데를 1분 정도 사용하니 항문압이 15∼20% 감소했다. 또 일직선으로 나오는 물줄기보다는 넓게 퍼지는 '와이드' 모드를 사용했을 때 효과가 컸다. 반면 수압을 강하게 쓰면 오히려 항문압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팀의 박규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외과)는 "비데의 항문압 감소효과는 좌욕의 예전 연구와 비교해 유사한 수준"이라며 "비데를 적절히 사용하면 좌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배변시 항문 괄약근이 수축되는 변비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유일한 SCI 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 1월호에 게재됐다.
◆"쾌변기능은 오히려 역효과 우려"
항문에 출혈이 있거나 수술을 받은 후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온수를 받아 불편한 자세로 좌욕을 해야 했던 지난날은 이제 '안녕'이다. 최소한 집밖에서도 좌욕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니 비데 있는 화장실 찾아 다닐 만하다. 하지만 연구팀이 밝히는 것처럼 '적절히' 사용했을 때에 한한다. 너무 강한 물줄기, 너무 뜨거운 온도 등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은 소위 '쾌변기능'이라 하는 비데의 또다른 혜택이다. 일종의 관장효과로 볼 수 있는데, 배변욕구를 자극해 배변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역효과가 우려된다.
박 교수는 "쾌변기능을 오래 사용하면 항문압을 증가시켜 항문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항문 및 직장에 상처를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지적할 수 있다.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은 "관장을 자주 하면 배변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항문에 상처를 만들어 치질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관장을 하는 것은 결국 변비에 대한 근본치료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상처 통한 감염위험도 무시 못해
'청결'이란 측면에서 비데가 주는 유용성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다만 이를 '질병치료'까지 해석하려 드는 것은 다소 '오버'라는 입장이 많다. 우선 관련 연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좀 더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데를 통한 감염위험을 거론한다. 특히 공공장소에 설치돼 적절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위험은 커진다. 대소변에 들어있는 각종 균 특히 대장균이 비데의 노즐에 묻고, 다음 사용자의 생식기나 항문에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만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동근 원장은 "감염 가능한 균은 대장균, 박테리아, 곰팡이균 등이 있는데, 감염될 경우 항문 가려움증과 치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문 주위 혹은 직장 내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치질이 심해서 점막에 손상이 있는 경우도 감염위험이 높아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대장균에 의한 요로감염이 쉽게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요로감염이 심해지면 세균이 콩팥까지 퍼져 신우신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상훈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는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으나 항문 주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나 특히 여성은 공공 비데 사용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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