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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끊임없는 시행착오···시련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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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첫 유조선 건조기 - (2)
150억원대 강재 묶어 비용 부담 급증
선주와 감독의 과도한 간섭과 요구도 이어져


[배 이야기] 끊임없는 시행착오···시련의 연속 현대중공업의 첫 수주 선박인 애틀랜틱 배런호가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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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어렵게 시작한 건조는, 하지만 경험 없이 시작한 큰일이라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1, 2호선이 건조되기까지 104가지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회고한다. 처음엔 자재의 발주·적치·가공 등 모든 작업이 조직적이거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대형조선소에서는 자체 사용일정과 순서에 따라 2~3일분만을 제강회사에서 공급받아 사용 순위에 따라 저장한다. 2~3일분의 강재가 도착하면 전처리공장에 공급하도록 치장설계가 돼 있고 현대중공업도 그와 같은 개념으로 설계됐는데 일본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상적인 반입이 불가능했다. 순서없이 많은 물량이 동시에 입하돼 한 곳에 수십 매씩 쌓아놓아야 했으므로 필요한 강판을 찾으려면 쌓인 강판을 하나하나 들어올려 확인해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제일 밑바닥에 있어 전체를 이동해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시간과 경비를 낭비했다. 자재관리의 불합리로 공정의 흐름에 지장을 받고 전체 생산일정에도 지장이 생겼다. 또는 2중으로 절단돼 폐기시키는 부재(部材)가 발생해 자재낭비가 증가하고 전체적인 선가상승의 요인이 됐다.


작업 순서를 무시하고 한꺼번에 발주하는 바람에 조선소는 온갖 자재로 뒤덮였다. 트럭이 다니기도 힘들 정도 였으니 작업에 불편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손해가 컸다.


상황 판단의 잘못에 따른 손실도 대단했다. 대경관류의 경우는 쓸데없이 너무 많이 사서 10년 이상 적치했다가 적절한 사용처가 없어 매각해버린 일까지 있었다.


1, 2호선 건조가 한창이던 1974년초 조선소에는 15만t의 강재가 쌓여 있었다. 당시 강재가격이 t당 10만원대였으니 150억원대의 자금이 묶여 있었던 셈이다. 8개월 후에는 2만3000t대로서 적정선을 유지하게 됐으나,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고 난 뒤였다.


자재 가공과정에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병행하고 있었던 까닭에 별도의 용도로 구입한 강재를 구분 없이 잡히는 데로 먼저 가져다 썼다. 파쇠가 많았고, 부족분도 생겨 추가로 구입해야 했다.


블록 생산과 선주 감독들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처음 조선을 한다고 했을 때 선주와 선급에서는 혹시 불량작업을 하지 않을까 해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모든 공정에 일일이 엄격한 검사를 실시하고 그 공정의 검사를 받은 후에 다음 공정을 하게 했다. 가스 절단면에는 반드시 그라인딩 작업을 시켰고 절단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육성후 연마작업을 시켰다. 조선소 경험이 없다고 과도한 주문을 했으며 선급과정이나 사양서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강재 중량만도 4만t, 용접 길이만도 800km나 되는 엄청난 물량을 귀금속 세공하듯 하라는 것을 경험이 없다는 죄로 감수했다. 물론 더러는 현장에서 평동 절단을 엄금했지만 훈련받지 않았거나 규율을 지키지 않는 소수의 작업자들이 자기 판단에 따라 평동절단하고 검사없이 용접해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 일이 가끔 선주 눈에 띄어 더 불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때문에 선주측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중간 관리자들은 이런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선박 바닥에 철공을 세우는 부분에는 여러 개의 쇳조각이 소요되는데 얼핏 보면 크기가 모두 같아 보인다. 담당자도 그런 줄 알고 철판을 한꺼번에 똑같이 많이 잘랐으나, 실제 작업을 해보니 각기 크기가 달라 잘라놓은 철판을 폐기처분하거나 다른 용도로 절단, 가공해서 사용해야 했다.


소재의 특성을 알지 못해 일어난 실수도 많았다. 파이프 등의 강재는 날씨에 따라 수축, 팽창할 뿐만 아니라 용접, 가공의 과정에서 열이 일정하게 가해지지 않으면 형태가 달라진다. 물론 이에 대한 많은 통계가 있기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치에 불과할 뿐, 본사의 시설과 작업방식에 적합한 경험치는 아니었다. 외국의 도면과 통계에만 의존해 작업한 결과 무수한 오차가 생겼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예상했던 물량보다 60% 이상의 자재가 추가 소요됐다.


조립작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능공들은 용접기술은 뛰어났으나, 규정을 몰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은 적당히 땜질하거나 잘못 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것은 검사과정에서 예외없이 지적됐다. 심할 경우 재작업 물량이 원물량보다 많을 정도였다. 조립 작업 초기 선각공장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보다 공장 밖에서 클레임에 걸린 조립품을 재작업하는 사람이 더 많기까지 했다.


선각공장에서 소조립이 끝나고 대조립공장에서 대조립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90% 이상 1차 검사에 불합격했다. 조선소 공지는 블록으로 덮이게 됐다. 반면에 합격한 블록이 없기 때문에 도크에는 탑재할 물건이 없어 항상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일 없이 쉬고 있었다. 이를 본 정 회장님은 역정을 내시곤 했다.


1974년 6월 1, 2호선 명명식이 끝난 뒤 조선소를 살펴보니 대조립품 하나가 남았다.


영국에서 가져온 기본 설계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으나, 본사에서 한 상세설계가 잘못돼 이 블록은 폐기처분됐다.


설계에도 초기에는 새로 구입한 최첨단 절단기를 사용해 줄을 그을 줄 몰랐으며, 톱니형 줄긋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었다. 강재보관업무 역시 마찬가지여서 실물재고와 자재관리부 및 생산설계부의 장부가 맞지 않아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부서간 또는 부서내 정보교환도 원활치 못했다. 설계부는 사양서 작성 업무를 맡았는데 연수를 영국에서 받고 온 설계팀과 일본에서 받고 온 설계팀간 협조가 부족했다. 일본에서는 강재의 수치를 표시할 때 편의상 1인치를 2.5cm로 사용하는데 영국에서의 1인치는 2.54cm로 계산, 사양서를 작성해 일본측에 발주했다. 사정을 모르는 일본 도쿄지사 구매팀은 사양서대로 강재를 구입해 보낼 뿐이었다. 도쿄 지사 역시 사전에 체크할 여유가 없었던 과정에서 모든 강재를 새로 구입해야만 했다.


언어장애도 큰 문제였다. 농경국에 지나지 않던 당시 우리 수준에서 외국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현장 지휘자들은 바쁜 와중에도 기술문서나 통신문·회의록 등을 전부 직접 작성해야 했고, 신입사원들에게 틈틈이 영어교육을 시켜야 했다.


국내에 기술협조 또는 작업감독차 파견돼 왔던 외국 기술진들의 고자세 또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그들은 관습이나 생활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필요 이상 까다로운 경우도 많았다. 로이드 선급 협회에서 파견나온 감독관은 배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깔아야 하는 자갈이나, 심지어는 소금까지도 수입해 쓸 것을 요구했다. 한번은 감독관이 요구한대로 후입한 자갈을 검사해보니 마모율이 높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 돌로 대처해야 했다.


외국인 관리문제는 쿨트 스코우 사장이 책임을 맡아 하나하나 처리했다. 우선 기계장비 공급업자들로부터 의무에 소홀하거나 종업원들에게 무례하든가 다투면 가차 없이 귀국조치했다. 1호선 선주 리바노스의 수석감독관과 로이드 선급협회의 기관실 담당 수석감독관이 이 경우에 해당했다.


그러나 선주의 고의적인 변덕은 스코우 사장도 어쩔 수 없었다. 1호선이 인도될 때 최종적으로 매긴 사양번호는 ‘Mark V’였다. 스코트리스고우에서 받은 원래의 사양서 이래 다섯 차례의 사양이라는 뜻이었다. 사양은 리바노스에서 파견나온 아나스타스 소포울루에 의해 계속 수정됐다. 기술회의 때마다 원래 사양을 무시하고 몇십 장씩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스페어 펌프, 스페어 모터, 청동제 케이싱펌프 및 해수용 파이프 등등. 그때마다 본사 설계실이나 기술실은 시정작업을 해야했고, 건조공정은 그만큼 늦어졌다.
<자료: 현대중공업>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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