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두편의 역사 코미디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과 '평양성'이 역사 속 인물들을 코믹하게 재해석하며 신선한 웃음을 예고하고 있다.
◆ '조선명탐정' 유쾌한 군신으로 거듭난 정조-정약용
영화 속에서 명탐정(김명민 분)은 개장수(오달수 분)와 웃음 가득한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코믹 캐릭터가 있다. 바로 개혁군주 정조다. 정조는 역사 속에서 다소 다혈질적이고, 신하들에게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명탐정'의 정조는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좌천을 핑계로 모든 공납 비리 사건의 근원지인 적성으로 명탐정을 보내면서 은근 슬쩍 윙크를 날리는 장면은 유머러스한 정조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밀명을 받들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명탐정은 정조의 신하이자 친구였던 정약용을 연상케 한다. 더위를 식히는 손풍기와 대통에 반딧불을 넣어 만든 손전등 등은 명탐정의 번뜩이는 재치와 여러 학문에 두루 능했던 정약용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실제로 정약용이 발명해 화성 축조에 사용됐던 거중기는 명탐정의 뒤를 쫓는 관군들을 한꺼번에 붙잡는 생활형 무기로 재해석됐다.
근엄하기보다는 깨방정 쪽에 가깝고 뻔뻔하기까지 한 명탐정이지만 사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추리력과 계층 구분 없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다산의 모습이다. 양반, 노비 구분 없이 평등한 조선을 꿈꿨던 두 친구 정조와 정약용의 활약은 영화에서 새롭게 탄생,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 카리스마 김유신 장군, '평양성'서 민폐 할배로 탈바꿈
8년 전 '황산벌'에서만 해도 김유신은 승리를 위해 병사들의 독기 진작을 위한 '화랑 희생 시키기’ 전략을 카드로 내세울 만큼 차가운 카리스마로 군사들을 호령했다. 하지만 '평양성' 속 김유신은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늠름한 장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늙고 쇠약해 부하들은 물론 동네 개에게까지 무시를 당하기 일쑤다. 잘 걷지도 못해 항상 부하들의 등에 업혀 다니고 열을 올릴 때면 파르르 떨며 뒤로 넘어간다.
김유신은 고구려 남건(류승룡 분)과 삼국통일을 위해 평양성을 놓고 싸우지만 '싸움 없이 승리하기' '노망난 척 하기' '생떼 부리기' 등 얄미운 짓은 도맡아 한다. 그래도 약삭빠른 두뇌회전만큼은 여전하다.
황정민이 특별 출연한 신라의 문무왕도 상상 속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단 네 장면에 등장하는 문무왕은 냉소적이고 독선적이며 코믹하기까지 한 말투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카리스마를 벗고 친근한 웃음으로 무장한 김유신과 문무왕은 '평양성'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들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 ghdps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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