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한지민이 팜므파탈로 변신을 시도했다. 짙은 화장만 벗으면 아직 소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는 파격적인 도전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한지민이 '그 한지민'이 맞나 싶을 정도다.
"사촌이 보고도 저 같지 않다고 하던데요. 포스터는 좀 더 만화적으로 만져서 더 저 같지 않죠. 원래 제 얼굴이 주는 느낌은 캐릭터에 방해되기 때문에 굉장히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으며 차가운 모습으로 만들었어요."
'조선명탐정'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공납 비리를 수사하라는 왕의 밀명을 받은 탐정(김명민 분)이 관료들의 비리를 캐나가는 과정을 코미디와 액션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지민은 명탐정이 만나는 뇌쇄적인 객주 역을 맡았다. 조선의 상단을 장악한 객주는 강렬한 관능미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편 탐정의 혼을 쏙 빼놓는다.
"다른 배역 캐스팅이 거의 끝날 때쯤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반대하는 분도 있었는데 김석윤 감독님이 저를 추천하셨대요. 객주 역에 어울릴 법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지민이 하면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대요."
한지민은 '이산'과 '대장금' 등 사극 드라마로 인지도가 높아 사극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조선명탐정'이 그를 끌어당긴 것은 일반적인 사극과 다른 차별성이었다. 코믹한 상황이나 재미있는 말투가 한지민을 유혹했다.
"스토리도 끌리고 김명민 오달수 선배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도 끌렸어요. 객주는 신비스럽고 묘한 매력의 인물이라 캐릭터에도 욕심이 생겼죠.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매력이 있고 임팩트 있는 배역이라는 점이 더 중요했어요."
한지민은 소지섭과 출연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 이후 의도하지 않게 2년여 공백을 가졌다. 많은 작품을 검토했고 많은 작품과 어긋났다. 투자가 되지 않아 영화 제작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고 캐릭터가 많이 바뀌어 출연을 번복해야 하기도 했다.
"1982년생이라 올해 서른이에요. 20대의 마지막에 꼭 한 작품을 하려고 했는데 못 해서 아쉽기도 했죠. '조선명탐정'은 서른에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을 풀듯 대접받으며 마무리했어요."
한지민은 30대로 접어든 것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멜로 장르에 출연하려면 상대 남자 배우와 어울리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어려 보이는 외모가 늘 지적을 당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사춘기가 많이 늦었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30대의 나이가 좀 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메이크업으로 화보 촬영을 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고 하니 예전보다 성숙해진 느낌이에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많았죠. 이미지로 인한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작품 안에서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공부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를 벗은 한지민은 친절하고 유쾌하며 살가웠다. "낮술을 좋아한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혹시 '나쁜 여자'냐고 농담처럼 물었더니 "답답한 여자"라고 답한다.
"부딪히고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평소에서 섭섭하고 서운한 걸 잘 표현하지 못해요. 연애할 때도 그렇죠. '밀고 당기는 것'도 못하죠. 친언니가 저더러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다고 놀리곤 해요. 하지만 이제는 감정의 부딪힘이 있더라도 그걸 느끼면서 연애하고 싶어요."
한지민은 '카인과 아벨' 촬영 후 소지섭과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도 아닌데 괜히 그 이야기를 다시 하면 영화 홍보에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까봐 말을 아끼고 싶다"고 말했다. 열애설로 인해 악플러들로부터 상처도 받았지만 "연예인으로서 안고가야 할 부분"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연기에 대한 부분은 대중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당연하지만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는 걸러내는 것도 할 줄 알게 됐어요. 계속 슬퍼해 봐야 상처만 깊어질 뿐이니까요. 다음 작품이건 연애의 인연인건 조바심 내지 않고 생활하려고 해요. 기쁘게 지내도 시간이 부족한데 안절부절못하며 괴롭게 지낼 필요 없잖아요."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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