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20일 개헌 문제를 놓고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오는 25일 개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최고위원들이 공식석상에서 설전을 벌인 것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추동력을 당에서 불어넣어야 하는데 오히려 개헌 문제로 당내 계파갈등에 불씨를 지피는 모임이 계속되는 것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계 의원 40여명이 모임을 갖고 개헌을 추진키로 입장을 정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홍 최고위원은 "18대 국회에 들어와 3년 동안 개헌문제를 다루지 않고 미루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후반기에 돌입한 지금에서야 개헌문제를 다루는 것이 과연 성사될 수 있는 상당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내 계파갈등이 개헌 문제로 불거지면 국정 추동력을 상실하고, 당은 또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다"면서 "차기 주자가 가시화되고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없는 상황에서 당이 계파갈등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옳은지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발언권을 넘겨받은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준표 최고위원의 말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17대 국회에서 약속한 것은 맞지만 지금 논의하는 것은 다른 의도로 보일 수 있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가세했다.
나 최고위원은 "최근 개헌을 논의하기 위한 계파모임이 많아졌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개헌 논의는 사실상 줄 세우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곱지 않는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목적이나 의도로 이뤄진 개헌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17대) 모든 정당이 함께 약속한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개헌 논의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는 의총에서 논의하면 된다"면서 "미리 최고위원회의에서 된다, 안된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쇄기를 받았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층 더 강하게 일침을 놨다. 그는 "개헌이 차기 주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 '줄 세우기 목적이 아니냐'는 식의 자극적인 용어는 삼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선 요구가 많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난번 세종시 토론회에서 보듯 개헌논의가 수준 높은 토론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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