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한 정책당국의 다양한 자본유출입 규제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보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 통제가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외국자본 유입 확대와 이로 인한 환율 절상 압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대한 선물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에 이어 외화차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의 자본유출입 규제안을 잇 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에 따른 위기 심화를 경험한 한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이러한 위기 재현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유출입 규제안은 지난해만 해도 외환시장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면서 환율하락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그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재성 신한은행 연구원은 5일 로이터 기고를 통해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 펀더멘털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환율 수준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 원화는 높은 성장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 절상폭이 매우 낮다"며 "다양한 규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글로벌 자금의 한국 유입 속도를 둔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국에 비해 한국 원화자산에 대한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매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변국에 비해 외환통제가 심하지만 투가자본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것은 결국 위안화의 과도한 저평가 때문에 나난 현상으로 자본유출입 규제는 자국 통화가 저평가된 상태에서는 크게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근본적으로 대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자본유출입 규제 등이 앞으로 더욱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자본유입에 대한 규제는 정부의 강경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매우 더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향력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정부가 밝힌 것처럼 이러한 조치들이 거시경제 건전성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라면 이러한 조치들로 한국의 거시건전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가할 것"이라며 "최근 단기 대외채무가 감소하고 총 대외채무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도 한국경제의 거시건전성이 제고되는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결국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자금을 철수해야 하는 국가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국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자본의 유입을 증가시켜 원화절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환율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본유출입 규제안은 오히려 외국자본 유입 확대와 이로 인한 환율 절상 압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특히 과도하게 유입되는 외국자본으로 주식 등 한국 원화자산의 버블이 확대된다면 오히려 향후 경제정책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정부정책에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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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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