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형형색색 반짝이 의상을 걸친 중년의 신사들이 무대 위에 올라선다. 무대가 낯설어선지 연습이 부족했다고 여겨서 그런 건지 표정은 굳어 있고 행동은 어색하다.
반주가 나오고 합창이 시작되자, 하나둘씩 여유를 찾는다. 화음도 불안정하고 가사를 잊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로 바쁜 시간을 쪼개 한데 어울려 연습한 시간이 이들에겐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만큼 관객이 즐거워한 것도 오히려 힘이 됐다.
29일 상명대에서 열린 웅진코웨이 신기나라 합창대회의 마지막 순서는 홍준기 대표를 포함해 각 사업본부장 임원 13명이 꾸몄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빗대 '본부장의 자격'이란 팀명으로 출전한 이 팀은 홍 대표가 직접 제안해 구성됐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임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대회에 출전한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틈틈이 모여 두달 가까이 연습을 했다. 같이 무대에 선 함상헌 부사장은 "서로 부서가 다른데다 다들 바빠서 연습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면서도 "무엇보다 좋은 건 이렇게 얼굴 부딪히며 연습을 하며 서로간 유대가 끈끈해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원인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독특한 의상도 따로 준비했다. 홍 대표는 반짝이는 빨간 연미복에 땡땡이 무늬 보우타이를 메 입장 때부터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객석에선 "다들 저런 옷들은 어떻게 구했을까"며 즐거워했다.
올해 처음으로 종무식을 겸해 열린 이 회사 합창대회에는 18개팀이 참가했다. 며칠 전 예선엔 35개팀, 900여명 가까이 참석했을 정도로 많은 직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해외여행 같은 우승상품을 노린 직원도 여럿 있었지만, '합창'이라는 아이템이 있었기에 그만큼 다양한 직원들이 참여했다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동료들간 서로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합창을 하자는 신입사원의 제안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며 "함께 노래를 연습하면서 배려와 겸손을 배우고 즐거움과 열정, 조화로움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결선무대에 오른 한 팀은 이번에 합창대회를 준비하면서 4년간 묵혀왔던 부서 내 갈등을 해결했다고 한다.
직원 반응도 좋았다. 대회에 참석한 심우균 경영기획팀 대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팀원간 단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틀에 박힌 종무식 대신 조직원간 화합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형은 실력을 겨루는 '대회'였지만 속내는 일체감을 다지는 '결속'의 자리였다. 회사가 후원하고 있는 몽골학교 학생들도 초대받아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전 직원이 함께 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해마다 다른 선행을 펼치며 독특한 종무식을 진행한 이 회사는, 내년 종무식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