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새해 예산안 파동에 따른 여야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각 당이 출구전략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경남에서 발견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연일 민주당의 예산 관련 장외투쟁을 비판하며 원내 복귀를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도 12월 한파 속에서 동력을 잃고 있는 장외투쟁을 이달 말까지 진행키로 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당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정당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당장 맹목적이고 정략적인 '거리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는 청와대에 조기 개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 대표가 청와대에 연내 개각의 필요성을 전달한데 이어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장관 등에 대한 조기 인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감사원장이 총리가 됨으로써 석 달간 공백 상태"라며 "감사원 업무 공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어 대통령은 올해 안으로 감사원장을 임명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업무보고 등으로 연말 개각은 어렵다는 입장인 가운데 당 지도부가 조기 개각을 촉구하고 나선데는 예산 파동과 안보 정국의 수습을 위한 국면 전환용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예산 파동으로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의 원내 복귀 명분을 위해서라도 조기 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개각이 이뤄지면 인사청문회라는 국회 절차가 필요한 만큼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도 장기화된 장외투쟁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매서운 한파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집회에 국민들의 호응이 적은데다, 연평도 사격훈련에 따른 안보 이슈가 여론을 선점한 상황이기 계속된 장외집회가 '발목잡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오는 28일까지 시도별 장외집회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향후 투쟁 일정은 검토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이미 야당들이 임시국회를 소집된 만큼 여야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회의 소집이 가능하다"면서 "(개각이 이뤄질 경우) 그 때가서 청문회 참석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 개각이 이루어져도 여야관계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기위해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선 지난 8일 예산안 강행 처리시 함께 처리된 국군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인사청문회가 개최되면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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