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고로가동으로 고객사 이탈···자유경젱체제 ‘위기이자 기회’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포스코의 연간 내수시장 점유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60% 벽'이 깨졌다.
60%는 포스코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즉, 60%는 내수시장 가격을 통제하고, 시장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최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지노선이 붕괴됐다는 것은 철강업계가 본격적으로 '탈 포스코' 현상을 가속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0년 3ㆍ4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9월 기간 동안 포스코의 철강제품 판매량은 2490만t으로 시장 점유율 59%를 기록했다. 포스코의 시장 점유율이 50%대를 기록한 것은 금감원에 사업 보고서를 제출한 지난 1996년 이후 올해 처음이다.
포스코는 1996년 이후 2007년(60%)과 2009년(61%)를 제외하면 매년 62~64%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올해의 경우 판매량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대적인 설비 확충을 마친 경쟁사들이 물량을 대거 풀면서 시장 증가분 만큼 점유율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포스코 물량 비중을 축소하고,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계와 포스코로부터 반제품을 공급받아 가공ㆍ판매하고 있는 하공정 철강업계 등이 구매량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도 점유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매출 비중 1.0% 이상을 기록한 10대 포스코 고객사가 전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21.9%에서 올 1~3분기에는 19.6%로 내려앉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하이스코, 현대차그룹 등 3개 현대가 그룹이 포스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0.6%에서 7.7%로 급감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액이 늘어났고, 가격 조건도 호전됐다는 점에서 볼 때 2010년 들어 포스코 10대 고객사들이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비중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고로 가동으로 현대차그룹 등 고객사의 이탈이 확대됨에 따라 포스코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측된 상황"이라면서 "지난해부터 포스코가 영업 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있으나 (현대차를) 대체할 수 있는 대형 고객 기반이 취약한 내수시장 여건을 놓고 볼 때 연말까지 60%대 벽을 회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붕괴는 포스코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요약할 수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점유율 확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사의 생존기반 마련 및 수요산업의 경쟁력 확대를 빌미로 정부로부터 사실상 내수 물량 출하 제한 및 가격 인상 억제를 요구받아왔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신업계의 유효경쟁 체제의 그늘에 놓여왔던 것.
따라서 60% 벽이 깨질 경우 포스코는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대신 자유경쟁체제의 수혜를 입고 전환돼 영업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포스코는 정부와 수요업계의 직ㆍ간접적인 요구로 시장 경쟁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달 말 현대제철이 제2고로를 가동하고 외국산 제품 수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포스코에게만 일방적인 가격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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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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