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 KBS가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제작하고 있는 대하사극 '근초고왕'(극본 정성희ㆍ연출 윤창범)이 방송 2회만에 시청률 하락의 쓴맛을 봤다.
8일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 7일 오후 방송된 '근초고왕'의 전국시청률은 9.2%. 첫 방송인 6일 방송분보다 1.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1.7%포인트 하락은 방송 초반기 시청률 하락으로는 상당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이전 MBC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던 '김수로'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김수로' 역시 방송 초반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이내 추락,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물론 방송 초반이어서 앞으로 '대세 상승'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빠른 치유책이 필요한 시점임에 틀림없다.
●기대
사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근초고왕'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백제 역사를 주제로 한 대하사극인데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열연한 감우성이 주연 배우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대하 사극의 원조라 할 수 있는 KBS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향후 2년여에 걸쳐 야심차게 기획한 '삼국시대 영웅 군주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이 바로 '근초고왕'이었기 때문이다.
●시청률 하락.
하지만 '근초고왕'은 2회만에 시청률이 떨어졌다.
이유에 대해 방송전문가들은 바로 밋밋한 스토리와 특색없는 캐릭터들이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이와함께 주인공급 여배우인 '음주 뺑소니' 사건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요인이 됐고, 경쟁사 드라마들의 강세도 눈길을 끈다.
먼저 방송 1, 2회를 보자.
'김수로'는 방송 초반 지속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들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로인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스피드도 이전 트랜드 사극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특별한 '흥미'코드도 없다. 무엇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으려 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을 갖게했다.
물론 드라마 초반,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이끌어야하고, 캐릭터들을 설명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로인해 스토리가 너무 늘어진다.
이와함께 '뻔한 영웅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다양함을 추구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관심끌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비사극'(추노) '궁녀사극'(동이) 등 다양한 소재를 전면에 이끌어내는 요즘 트랜드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어린시절 어려웠던 멋진 남성이 약간의 어려움을 겪은 후 영웅이 된다. 몇달전 참패한 '김수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동안 KBS는 주말 대하 사극에서 재미를 톡톡히 봐왔다.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왕의 눈물', '태조 왕건' 등과 같이 카리스마 넘치는 역사 속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일종의 '영웅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같은 '영웅스토리'에 안주하기엔 시청자들의 입맛이 최근 매우 다양해지고 까다로워 졌다.
여기에 여주인공을 맡은 김지수의 최근 행적도 '리스크'를 안게 했다.
영웅스토리속 여주인공이 '음주뺑소리' 사건에 휘말리면서 신비감이 '뚝' 떨어진 것이다. 김지수만 등장하면 자꾸만 '그 사건'이 떠오른다. 당연히 드라마에 몰입이 안된다. '저 친구 이전에 □□한 친구 아냐?'라고 수근되게 된다. TV에 등장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가능성.
물론 가능성도 있다.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전투장면 등이 그것이다.
이전 사극보다는 더 박진감 넘치고 웅장한 전쟁신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7일밤 트랜디 사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시점의 카메라워크는 일품이었다.
이와함께 여구(훗날 근초고왕, 감우성)의 성공스토리가 보다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그와 여화(김지수)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애절함을 더할 경우 '근초고왕'도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위해서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정통사극의 기존 포맷을 버리고 캐릭터에 집중하는 트랜디사극의 장점을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위한 빠른 스토리 전개와 곳곳에 녹아있는 코믹적 요소도 덤이 될 수 있다.
김지수 또한 뛰어난 연기는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행적이 멋진 연기력으로 커버된다면 이전에 연기력 뛰어난 김지수로 다시 다가설수 있을 것이다.
갈길 바쁜 '근초고왕'의 멋진 대반전을 기대해 본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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