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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이 원래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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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고객 두번 울리는 휴대폰 보험

업체별 보상 규정·보험료 기준 천차만별…통신 3사 ‘공동명의’ 상품


“약관이 원래 그래서요…” 휴대폰 분실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 분실도 억울한데 불공정한 규약은 소비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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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최성진(가명·34)씨는 얼마 전 중국 상하이 출장을 갔다가 휴대폰 분실 사고를 경험했다. 출장 일정에 쫓기던 그는 이리저리 허둥대다 묵고 있던 호텔 객실에 휴대폰을 두고 나온 것. 뒤늦게 호텔 측에 휴대폰 발견 여부를 물어봤지만, 호텔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구입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스마트폰이라 최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래도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휴대폰 보험 때문. 새 휴대폰을 구입할 때 보험을 들어놓으면 분실이나 파손 후 일정액의 보상이 가능하고, 새 전화기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약관을 보고 바로 가입했다.

휴대폰 요금 안에 매월 3000원가량을 더 지불해야 하는 점이 내심 걸렸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다. 서울로 돌아온 뒤 그는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 보험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리점 측의 답변은 차가웠다. 대리점 측은 “해외에서 분실된 휴대폰은 보상 규정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최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대리점 측은 “통신사에서 정한 규약대로 이행하는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최씨는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아끼던 휴대폰을 억울하게 날려버린 꼴이 됐다. 그는 “믿었던 통신업체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 2 대학생 정희연(가명·24)씨는 올해 3월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에서 삼성 ‘아몰레드폰’을 2년 약정 사용 조건으로 구입했다. 혹시 모를 분실이나 파손 사고에 대비해 휴대폰 분실 보험도 들었다. 당시 그녀가 휴대폰 구입가로 지불한 금액은 90만 원. 결코 싼 값이 아니다.


매장 직원은 정씨에게 “월 5000원만 내면 최대 81만원(휴대폰 가격의 90%)까지 보상해준다”면서 “가능할 경우 동일한 제품 또는 유사한 제품으로 바꿔주겠다”는 설명으로 정씨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즉석에서 보험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씨는 지난 8월 애지중지하던 그 휴대폰을 분실했다.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떠났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 정씨는 서울로 돌아온 뒤 대리점을 찾아가 보상금 청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작 보상 조건을 보니 분통이 터져 나왔다. 정씨가 보험료를 내고 있는 분실보험 판매업체에 문의했더니 실제 지급 보험료가 17만8200원에 불과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초 휴대폰을 살 때 매장 직원이 해준 말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


보험회사 상담원은 “구입 당시 해당 휴대폰 판매 가격은 90만 원이었지만 분실 시점(8월)의 판매 가격은 19만8000원이기 때문에 금액의 90%인 17만8200원만 보험료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은 이어 “잔여 보험료 2만5000원과 본인 부담금(10%) 1만9800원을 더 내면 40만 원대 제품을 보상 폰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가 계속 항의하자 상담원은 “보험 약관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정씨는 “보상금의 기준이 분실 시점 판매 가격이라고 미리 고지를 했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판매 매장, 통신업체, 보험회사 모두에게 속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대폰 분실 보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휴대폰의 디자인과 통화 품질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지만, 분실과 파손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보상 서비스는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불명확한 규약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는 비싸게 내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KT, 보상 규약 개정 대가로 보험료 인상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불공정 조항은 해외 분실에 대한 보상 불가 조항.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발표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휴대폰 분실 보험 규약에서 해외 분실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약관이 원래 그래서요…”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해외 분실에 대한 보상 적용을 하고 있는 KT도 그간 해외 분실 시 보상 규정을 두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적용시켰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


사용자가 해외 현지 경찰서로부터 도난·분실 확인서를 직접 받아서 KT 측에 제출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분실 지역의 경찰서로부터 서류를 청구하고 받는 기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KT는 휴대폰 해외 분실 시 보상 규정을 적용하면서 월 보험료를 최대 4000원, 사용자 자기부담금은 최대 20만 원으로 올렸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비해 비싼 편이다. 결국 해외 분실 관련 규약 개정의 대가로 소비자들의 부담만 더 늘어난 셈이다.


KT와 달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일단 국내 분실 및 파손 사례에 대한 보상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해 해외 분실 시 보상 규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윤성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통신사들이 휴대폰 보험을 판매할 때 약관과 주의사항, 보상 규정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 팀장은 “보험상품을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고객들의 경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료 책정 기준, 통신사 멋대로


휴대폰 보험의 또 다른 문제는 보험료의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또한 그 가격도 다른 보험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 제공되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는 대부분 성능과 형태가 동일하게 유사하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동일한 제품이 이동통신 3사에 비슷한 공급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동통신 3사의 보험료는 명확한 기준 없이 천차만별로 책정되어 있다. 서비스 내용 또한 각 업체마다 다르다.


결국 이동통신사가 보험사의 힘을 빌려 자사의 이익 실현을 위해 제멋대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재의 각 통신사별 보험사 계약에 따른 보험회사의 평균 손해율을 살펴보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70~80% 수준과 비교할 때 62.4%에 이를 정도로 수익률이 좋다. 휴대폰 보험이 통신업체와 보험사 모두를 배불리게 하는 셈이다.


휴대폰 보험의 더 큰 문제는 통신사의 마케팅 정책에 있다. 최근의 통신업계 상황을 따져보면 각 업체들이 신규 사용자와 번호이동 사용자를 잡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해가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경쟁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간혹 도를 넘어선 마케팅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제의 핵심에는 사후 서비스 단계인 휴대폰 보험마저도 마케팅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 중 3.6%만 보험 가입


가입자는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의 서비스를 지속 이용하는 한, 해당 통신사의 보험을 가입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타 통신사의 보상 내용에 비해 열세에 있다고 해도 보험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사의 보험을 들려면 아예 다른 통신사의 요금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고, 그에 따른 위약금도 그대로 물어야 한다. 결국 휴대폰 보험은 신규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자사 이용자를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한 마케팅 전략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약관이 원래 그래서요…” SKT와 KT가 내놓은 휴대폰 분실 보험 상품 광고.


이러한 복합적 문제 때문에 휴대폰 보험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휴대폰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5000만 명에 이르렀지만 휴대폰 분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고작 해봐야 180만 명대에 불과하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의 3.6%밖에 되지 않는다.


가입률 자체는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월 부담금은 물론 자기 부담금 또한 인상되고 있어 향후 휴대폰 보험 가입률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와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휴대폰 보험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신업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통신기기 제조, 납품 현황 등을 감안할 때, 통신업계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최저의 보험료로 최상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의 개별 통신사별 보험사와의 계약 및 협상에서 벗어나 이동통신 3사가 공동의 명의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판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로 풀이해볼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휴대폰 보험 문제를 집중 제기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통신 3사 공동 명의로 상품을 개발하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휴대폰 보험이 자체적인 시장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의 부담도 한결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특히 소비자들에 대한 보험료 인하와 보상금 증대가 3사 공동 명의 상품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효과”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믹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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