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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은 애도 키우지 말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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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물내 보육시설 설치 금지 규정에 우는 중소병원들

"간호사들은 애도 키우지 말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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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건물을 신축ㆍ리모델링한 수도권의 A병원은 기왕 공사를 벌인 김에 병원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 집을 세우려고 나섰다가 좌절당하고 말았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법규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린이 집을 만들려고 한다'는 핀잔만 들었다.

이 병원은 대부분의 병원과 마찬가지로 400여명의 전체 직원들 중 여성간호사만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젊은 여성들이 많다.


그만큼 직장내 보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그동안 병원 공간이 워낙 좁아 미처 만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마침 병상을 늘리기 위해 병원 전체가 공사에 들어갔고, 공간이 늘어나자 직원들 사이에서 "여성 직원들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원내 어린이 집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병원 측에서도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된다면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하게 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결국 관할 구청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해 어린이 집을 만들지 못했다.


처음엔 공간적 여유가 있는 병원 7층에 어린이 집을 만들려고 했다. 설계도를 만들어 구청에 찾아갔더니 "2층 이상엔 어린이 집을 만들 수가 없다"며 퇴짜를 맞았다.


할 수 없이 병원 측은 직원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병원 건물의 가장 알짜배기 층인 2층의 공간을 어렵사리 만들어 냈다.


이 과정에서 보통 병원 2층에 있어야 할 수술실ㆍ진료실 등 핵심 시설이 일부 축소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감염 등을 우려해 환자들의 치료ㆍ진료 공간과 분리되도록 어린이 집 전용 출입구와 환기 시설을 만들 계획도 세웠다.


병원 측은 이같은 준비를 마치고는 "이번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관할 구청을 찾았지만 또다시 거부당하고 말았다.


구청 측이 이번엔 "병원 건물에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집단적으로 모이는 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굳이 만들고 싶으면 병원 밖에 별도의 건물을 만들어라"며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최근 이 병원 건물 신축·리모델링 공사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병원 측은 끝내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 보육 시설 원내 설치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결국 별도의 건물을 만들 수 있는 대형 병원만 어린이 집을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우리같은 중소 규모의 병원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애도 마음놓고 키우지 못하냐"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이처럼 획일적인 규제로 아이들의 보육시설 설치를 막는 것은 시대적 상황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 철저하다면 병원 건물에도 보육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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