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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아너스 프로그램으로 키우는 노벨상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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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아너스 프로그램으로 키우는 노벨상의 꿈 지난 14일 한양대 자연과학대의 실험실에서 수산화나트륨의 엔탈피 측정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주연우, 주효문 학생. 한양대의 ‘Honors Program’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 주연우 학생(응용화공생명공학부 1학년)은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앤드류 파이어 교수와 같은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주효문 학생(신소재공학부 1학년)은 탁월한 연구성과와 더불어 대중에게 과학을 널리 알린 리처드 파인만 교수처럼 되고 싶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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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한국인이 아직까지 국제무대에서 고개를 못 드는 분야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육상 달리기 종목이고 나머지 하나는 노벨 과학상이다. 두 분야 모두 기본기가 충실해야 열매를 맺는다. 올해도 한국인이 노벨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주된 이유다.

기초에는 무관심한 채 응용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 현실에 정부와 대학이 손을 맞잡았다. 한양대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이 그것이다. 노벨 과학상 6개 분야 중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3개 분야가 기초과학 영역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기초과학 육성에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올 해 화학상 수상자 2명을 보태면서 총 1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 110년 동안 미국은 326명의 수상자를 냈고 영국과 독일의 수상자 역시 100명을 넘는다. 모두 기초 과학 강국이다.

◆ 한양대 "상식 깬 교육으로 노벨상 과학자 만든다" = 올해부터 한양대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창의재단으로부터 5년간 5억원씩 25억원을 집중 투자 받는다. 노벨상 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아너스 프로그램'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6곳의 대학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지난해 김종량 총장까지 나서 강한 의지를 밝힌 한양대가 결국 사업을 유치했다. 한양대는 5년간 총 35억원 이상을 대응 투자할 계획이다.


아너스 프로그램은 보통의 상식을 깨는 것이다. 세계적인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 수학, 물리, 화학 등 전공 공부에만 매달리는 생각을 과감하게 무시했다.


아너스 프로그램 사업단의 최동석 교수는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은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창의성과 리더십을 함께 키워야만 오랫동안 독보적인 연구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성을 기르는 것은 오히려 어렵지 않다"며 "오랜 세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과 바탕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너스 프로그램은 다양한 학부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응용화공생명공학부 7명, 융합전자공학부 8명, 자연과학부 5명, 신소재공학부 3명, 기계공학부 1명 등이다. 1학기에는 '창의적 감성과 역량' 등의 교양 과목을 개설하는 한편 전담 영어 교수와 국어 교수를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 능력과 글쓰기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나눔 봉사활동이나 한양대 사회봉사단에도 참여시켜 다문화가정 학습지원에 나서는 등 재능을 활용한 봉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 대한 애정만큼 자라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 학생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라 소중하다" = 이렇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다보니 학생들의 호응도 상당했다. 단순히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세상 경험을 통해 통찰력과 상상력을 얻을 수 있는 교육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지난 여름방학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만주 지역을 다녀 온 정준모 학생은 "광개토대왕릉비와 북녘 땅을 살펴보면서 민족 혼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김건희 학생은 "9월 초 일본 치토세 대학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를 가지면서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그들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생명과학부 김형준 학생은 "미래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 데 대학원과 해외 진학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실험실에서 찾은 노벨상의 꿈 = 지난 14일 직접 찾아가 본 한양대 자연과학 대학 실험실. 아너스 프로그램 학생 15명이 듣는 이날 수업은 활기가 넘쳐났다. 수산화나트륨의 엔탈피를 측정하는 이날 수업을 진행한 현경환 화학과 연구 조교는 "50명 넘게 참여하는 실험 수업도 많은데 소규모로 수업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전공에 대한 의지가 남달라 평소에도 수업 태도가 좋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만난 학생들은 저마다의 꿈을 들려줬다. "지난 학기 사업단에서 초청한 노벨상 수상자 앤드류 파이어 교수는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최고 권위자예요. 그런 석학과 함께 사흘 동안 이뤄진 일대일 멘토식 수업은 꿈도 꾸기 힘든 기회였어요. 이제 당연히 그 분처럼 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응용화공생명공학부 1학년 주연우 학생의 말이다. 지난 6월말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파이어 교수에게서 15시간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아너스 프로그램만의 혜택이다.


노벨상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 수상자 절반 이상이 먼저 노벨상을 받았거나 나중에 수상자가 되는 유망한 과학자 밑에서 연구한 학생이나 공동 연구자다.


사업단은 앞으로 학생들이 다른 학과ㆍ학교의 연구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줄 생각이다. '아너스 랩'이라는 가상의 연구실만 설정하고 학과ㆍ학교ㆍ국경의 벽을 모두 깨겠다는 구상이다.




김도형 기자 kuerten@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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