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고공행진'에 '목마른' 서민들 시프트로 몰려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전셋값이 오르는 가운데 서민들에게 ‘강남 입성’ 기회가 될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첫날 청약 경쟁률이 평균 4.2대 1을 기록했다. SH공사는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진행된 인터넷 청약 접수 결과 총 1817가구에 대해 7600여 명이 몰렸다고 집계했다.
이번에 제공되는 물량은 59~114㎡형이며 강남 세곡지구(424가구)·강동 강일2지구(648가구)·송파 마천지구(618가구)등 입지가 좋아 ‘청약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가 매입하는 재건축 시프트도 67가구 포함됐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로 20년간 장기로 살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SH공사 내 1층과 2층에서 실시된 현장 인터넷 접수는 초반에 진행상 미비함도 있었다. 청약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볼펜과 서명을 위한 인주 등이 테이블마다 미리 비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청약에 도움을 받고 싶은 노령층들은 번호표를 어디서 받느냐며 여기저기 물으러 다니기도 했다.
일부 청약희망자들은 안내책자와 요구서류가 다르다며 질의하기도 했다. 강남 세곡 전용 59㎡를 청약하러 온 20대 후반의 남성은 “주택공급신청서는 85㎡ 이하면 받을 필요 없다고 써 있는데 접수를 할 때 필요했다”며 의아해 했다.
실제로 안내책자를 보면 주택공급신청서는 해당입주자 저축가입은행에서 본인이 직접 발급받아야 하며 미제출 시에는 청약이 취소되거나 탈락한다고 되어 있어 중요한 서류다.
현장 인터넷 접수과정에서 일부 청약희망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집에서 직접 인터넷으로 청약할 때는 개인 공인인증서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SH공사 법인 명의로 인증서가 사용됐다. 그럼에도 강남 세곡을 청약하러 온 한 50대 후반 남성은 청약 접수를 하지 못한 채 인증서가 담긴 USB를 들고 서성였다.
또한 컴퓨터 우측에 빨간 글씨로 확인증을 2부 출력해서 한 장은 공사에 제출하도록 안내 했음에도, 접수자들이 출력 전에 미리 청약완료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직원들이 매번 알려주러 다녀야 했다.
현장에서 바쁘게 안내를 한 자원봉사 도우미는 “다자녀 특별공급인데 일반공급신청서를 써온 분도 있고, 서울시 거주기간과 자신의 납입횟수·납임금액을 모르고 왔다가 2순위라 되돌아간 분도 있다”고 알려줬다.
한편 소득과 자산기준이 강화된 탓에 당첨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푸념하는 청약희망자도 있었다. 지난번에 내곡지구에 청약했다가 떨어졌다는 50대 후반 남성은 “소득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게 됐다. 4인가구가 전용 59㎡ 청약하려면 월평균 소득이 296만원이던데 그럼 한 사람당 100만원도 못 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또 “젊은 사람들 잘 벌면 300만원도 넘게 벌던데 시집 장가 안 간 애들 따로 떼내야(세대분리)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강화한 소득 및 자산 기준이 역시 서민인 자신에게는 불리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H공사 장기전세팀 이태종 차장은 이번 청약에 대해 “이번부터 인터넷 접수로만 진행되면서 방문 자체는 약간 줄어든 듯 하다”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차장은 “이전 OMR카드는 쓰다가 몇 번씩 틀려서 신청서 작성하는 1층이 엄청나게 붐볐다”면서 “대기시간이 4시간이 넘곤 했는데 이번에는 길어 봐야 1시간 반쯤 된 것 같다”고 말해 인터넷 청약접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특별·일반1순위·고령자주택 만65세 이상의 1순위 청약은 8일까지 계속되며 11일과 12일에 각각 일반2순위와 3순위의 청약접수도 시작된다. 서류심사 대상자는 10월20일에, 당첨자는 12월10일에 발표된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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