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문 시너지 강화...일각에선 "정의선 부회장 경영 승계 노림수"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 개막되면서 현대차그룹 건설 자회사인 현대엠코가 업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현대엠코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지렛대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전은 결국 그룹 판도 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엠코에 관해 극도로 예민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30일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밝힌 그대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과 해외건설 등에 경쟁력이 있고 현대엠코는 그룹 내 사옥이나 제조시설 건설 부문이 강한 만큼 합병을 하지 않아도 건설 부문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룹의 명운이 걸린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면서 현대엠코와의 합병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고 나서는 것은 정 부회장과의 거리를 두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엠코와 합병해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 구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로 지난해 매출액 1조806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최대 주주는 25.06%의 지분을 가진 정 부회장이고, 정몽구 회장도 1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물류계열사 글로비스의 지분도 24.96%에 달한다. 특히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과 정 회장이 각각 31.88%, 28.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 능력 1위인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현대엠코와의 합병사는 그룹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도 더욱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측은 이같은 시각을 경계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룹 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면서 "현대로템의 경우 지금까지는 철도차량만 판매했지만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철도 건설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간 합병 추진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엠코와의 합병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론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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