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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전 사생결단 '혈전 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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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론 앞세운 현대차그룹 vs 후계자론 내세운 현대그룹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물러설 수 없는 사생결단의 현대건설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이미 인수 의사를 밝힌 현대그룹과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장자론을 앞세운 현대차그룹과 후계자론을 내세운 현대그룹간 대결은 2000년 그룹 분열 후 누가 적통을 잇느냐는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건 혈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7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인수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참여 배경에 대해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미래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 정몽구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은 장자론의 완성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그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데 이어 올초 현대제철 고로 일관제철소를 준공,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을 완수함으로써 현대가 장자로서의 위상을 높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현대건설을 성공적으로 인수한다면 정몽구 회장은 현대가의 적통임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은 후계자론을 내세우고 있다. 2006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이후 줄곧 인수 의사를 밝혀온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란 내용의 TV 광고를 통해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으며, 정몽헌 회장이 사재 4400억원까지 출연해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현대건설을 빼앗길 수 없는 것이 현대그룹의 상황이다. 현정은 회장도 이 부분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는 '정몽구 대 현정은'간 얄궂은 운명이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사활을 건 혈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승자와 패자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인수자금이나 명분, 시너지 등에서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정일 기자 jay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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