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장풍' 교사가 남긴 상처, 다시 가본 그 학교

시계아이콘01분 5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오장풍' 교사가 남긴 상처, 다시 가본 그 학교 ▲지난 10일 오전 이른바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 앞. 아이들이 빗속에서 등교하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일명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지난 10일 오전 다시 찾은 이 학교에는 우산을 쓴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을 강타한 국지성 호우로 아침 등교 시간에는 퍼붓는 듯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기자를 보더니 '기자다!'라고 소리치며 깔깔 웃기도 했다.

◆ 아이들에게 남은 ‘상처’ = 하지만 풍경의 배면에는 상처가 숨어 있었다. 말을 걸면 웃으며 대답해주던 아이들은 '오장풍' 교사 얘기만 꺼내도 태도가 돌변했다. 6학년 남학생은 몸을 돌리더니 뛰는 듯 한 걸음으로 문구사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오장풍' 교사가 담임이었던 한 아이는 발아래만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만 할 뿐이었다.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모르면 모른다고 씩씩하게 얘기하는 다른 아이들과 대조적이었다.


등굣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오장풍' 교사는 아직도 무서운 선생님이었다. 6학년 남학생은 "옆반 친구들이 예전 선생님은 많이 때려서 싫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얘기했다. '오장풍' 교사가 담임 교사였던 한 아이는 마냥 "(담임이 바뀌어서)좋아요, 좋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 동료들의 눈에는 ‘성실하고 좋은 분’ =어른들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학교 지킴이의 기억 속에서 오장풍 교사는 젠틀한 사람이었고 선생님들에게는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헌신적인 교사였다.


문제가 벌어진 뒤의 단순한 ‘두둔’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2009년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사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6학년 담임을 2년 연속으로 자청했다고 한다. 공식적인 업무에서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통일·소방·민방위 교육을 맡았고 학교 친목회장을 자임하기도 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 교사에게 물어보니 50대 교사가 그 정도의 업무를 담당했다면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한 교사는 그의 속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전업주부인 부인과 대입 수험생 자녀 두 명을 두고 있으며 노부모를 봉양하고 있다고 했다. 해임이 결정되면 그는 27년 동안 교단에서 생활하면서 확보한 퇴직금과 연금을 거의 대부분 받을 수 없게 된다.


◆ “어쨌든 다신 없어야 할 일” = 비교적 조심스러운 교사들과 달리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3학년 아들을 데려다주고 교문을 나서던 학부모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학교 구성원 전체가 상처를 입었다고 걱정했다. 그는 "나뭇가지가 한번 꺾이면 바로 붙을 수 없는 것처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침 내내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을 교통지도 했던 녹색 어머니회의 학부모는 기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왜 이러느냐"고 되물었다. 학교에 정식으로 얘기하고 오라며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언론들의 자극적인 접근에 학교와 아이들은 상처 받았고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는 그의 말 속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읽기는 어렵지 않았다.


◆ ‘해임’ 결의.. 마지막 결단만 남았다 = 7월 9일 체벌문제가 불거지고 '오장풍' 교사는 15일에 담임 자리를 물려줬다. 7월 넷째 주에는 직위해제됐다. 그 날 이후로 그를 학교에서 봤다는 아이들은 없었다. 지난 9일 서울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이 교사에 대한 '해임'을 결의했다. 체벌 사건으로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다.


징계위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보면서 교육적 체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해임 의결은 순조로웠다"고 밝혔다.


이 교사를 교단에서 완전히 내리는 '해임' 결정은, 곽 교육감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곽 교육감은 징계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오장풍' 교사가 남긴 상처, 다시 가본 그 학교 ▲지난 10일 오전 이른바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 아이들이 빗속에서 등교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