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생활지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담당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ㆍ학부모가 함께 지도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학교 현장에서 체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 요령을 담은 메뉴얼이 나왔다. 취임 전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첫 작품이다.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생 생활지도 계획안'은 전면적인 체벌 금지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로 생활지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계획안에서 눈에 띄는 대안은 '화해'라는 용어다. 가벼운 체벌 상황에서 1단계 신고 뒤 2단계와 3단계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격한 감정을 지워내는 방식이다.
중재자는 교감 선생님이 맡는다.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학생 생활 지도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는 점은 커다란 변화다. 그 동안 개별 학생에 대한 지도는 담임 교사나 교과 교사가 맡아 온 현실에서 일부 교사들은 손쉬운 지도 방법으로 '체벌'을 선호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제시된 '화해'라는 용어는 교사와 학생을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놓았을 때 성립 가능한 말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중대한 체벌은 '폭행'이라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교육청은 체벌 예방을 위한 단계별 대응 조치에서도 담당교사 뿐만 아니라 전문상담사, 생활지도부 학교관리자, 학교관리자, 교감 등에 의한 단계별 대응을 예시하기도 했다.
이번 계획에는 문제행동이 반복되는 학생을 격리하거나 사회봉사 하도록 하는 등의 체벌 대체 예시안이 담겼다. 서울교육청은 체벌 전면금지를 골자로 하는 새 학생생활지도 기본계획과 관련 규정 예시안을 이날 일선 초ㆍ중ㆍ고에 전파해 즉시 시행토록 했다. 이번 계획은 문제행동의 수위에 맞춰 상담 및 경고, 교실 안 지도, 교실 밖 격리, 학부모 면담, 징계 등의 조처를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살펴본 서울지역의 5년차 초등학교 교사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제 담당 교사에게 전부 떠맡기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 교사들도 공부하고 있으므로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교장ㆍ교감이 먼저 나선다는 것을 안다"면서 "아직은 구속력이 약하겠지만 결국 학부모 소환을 비롯해 가정과 연계되는 교육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4년차 초등학교 교사에게 이번 계획을 놓고 학생들과 간단한 토론을 의뢰해본 결과 6학년 아이들은 정신적인 고통, 학부모 소환 등이 적절한 처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 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인 이 교사는 "(체벌을) 사실 단번에 잘라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계속 줄고 있으니 새로운 지도 방법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아이들과 자유롭게 토론해본 결과 정신적인 고통, 학부모 소환 등이 가장 적절한 대체방안으로 느끼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와 관련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11월 말까지 방안을 마련해 내년 3월부터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10일 "체벌문제는 몇 가지 대안을 놓고 상당히 전향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시ㆍ도교육청에서도) 가능하면 교과부안을 따라서 학교 현장에 혼란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kuerten@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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