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배우 손창민에게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연기 경력 40년'이라는 한마디가 그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71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작품을 통해 연기에 입문했다. 이후 출연한 작품만 수 십 여 편. 정극도 하고 코미디도 해봤다. 보스 역할도 해봤고, 깡패 역할을 하면서 망가져도 봤다. 그 동안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한 배우였다.
그런 그가 1년 6개월을 기다려서 출연한 작품이 '로드넘버원'이다. 제작비 문제 때문에 제작이 지연되자, 하나같이 배우들은 출연을 포기하고 만다. 기약없이 무작정 제작이 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창민은 때를 기다렸다. 다른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만, '로드넘버원'의 오종기 역할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본을 볼 때부터 '로드넘버원'의 오종기 역에 푹 빠졌다.
물론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 '로드넘버원'에 출연하는 주요배우들이 빛나겠지만, 극중 오종기가 주는 메시지 임팩트는 어느 배역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그는 믿었다.
"'로드넘버원'은 미련이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노력한만큼 결과로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요. 비록 시청률은 안 좋았지만, 작품 속에서 열연한 배우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종기의 역할이 좋아서 무작정 기다렸는데, 그만큼 오종기 역은 극중에서도 살아 있는 캐릭터였어요"
손창민도 '로드넘버원'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토로했다. 편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쉽고, 경쟁작에 밀려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점도 그에게는 미련으로 남았다.
"배우나 스태프들이 모두 고생했어요. '로드넘버원' 촬영하면서 다치기도 많이 다쳤고, '합'을 맞춰서 촬영해도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어려웠고요. 편집할때도 전쟁 스토리나 멜로나, 한가지라도 중점적으로 부각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느라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도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도 보면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아쉽기는 했어요.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다보니까 편집은 어쩔 수 없었지만, 편집의 묘미를 잘 살려준다면 재미도 있었을텐데 조금은 아쉽네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손창민도 '로드넘버원' 촬영 때 처음으로 아파봤다고 고백했다. 한겨울 촬영 때는 날씨도 춥고 먼지도 많다보니까 호흡기 질환에 문제가 생겨서 여러번 목도 쉬어 동시 녹음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그는 몸이 너무 아파서 촬영하면서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후배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그런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 연기는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노력하는 신인 배우들에게는 삶의 묻어나는 경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삶의 경험을 다룬 이야기가 그의 연기 노하우를 말해주는 것이다.
"후배들이 연기지도 좀 해달라고 하면 '뭘 그런 걸,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라며 에둘러 말해요. 연기는 스스로 노력해서 깨우치는 것이지 지도한다고 느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스킬을 배우기보다는 노력하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대본에 '올인'하다보면 저절로 연기력도 갖춰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그는 죽을때까지 배우로 남는 것이 꿈이라고 답했다. 그가 연기자로 살았던 40년, 이후 40년도 그의 노력이 뒷따른다면 배우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손창민은 막걸리 마니아다. '로드넘버원'이 끝난 후 부쩍 막걸리는 마시는 시간이 늘었다. 애주가인 그는 원래 주종을 가리지 않지만,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능이 있는 막걸리를 주로 마신다.
그가 막걸리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막걸리 때문에 사람들과 더욱 친밀해졌기 때문이다. 시장 골목이나 장터의 포장마차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세상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그는 말했다.
"작품 출연하면서는 술도 제대로 못 마셨어요. 일주일에 하루 빼고는 녹화가 있어서 먹기 부담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에는 원없이 마십니다. 술 한잔 마시면서 사람들과 세상 이야기도 하고, 정도 나누고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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