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준용 기자]“이번 연극은 내 연기 인생에 전환점”
지난 8월 22일 화려하게 막을 내린 '나는 너다'. 안중근(1879~1910) 의사를 소재로 한 ‘나는 너다’로 연극에 데뷔한 탤런트 송일국(39)은 최근 아시아경제신문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이라서 그렇겠지만 연극이 엄청 힘들어요. 스트레스도 굉장하고 실수 없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네요. 내 매니저에게 농담조로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매년 연기상 받았겠다’고 말하곤 한다.”고충을 털어놓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보면 그는 이제껏 ‘애정의 조건’, ‘주몽’, ‘바람의 나라’, ‘로비스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등 드라마를 통해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또한 ‘작업의 정석’ ‘레드아이’ 등 영화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는다. 새로운 장르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그에게 있어 이번 연극에 애착이 클 터.
“매일 잠에서 깨 눈 뜨자마자 하는 것이 대사 연습하는 것이죠. 항상 내 개인 카메라로 내 모습을 녹화해 집에 가서 항상 모니터를 해요. 보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잘했나?’ 항상 빠짐없이 체크해요. 그렇게 안하면 잠깐만 방심해도 실수하더라고요. 근데 그만큼 보람도 크고 희열도 많아요.”라고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최근 스타들은 공공연하게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하며 줄지어 도전 하고 있다. 배우들에 있어 연극무대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인식되는 요즘. 이번 연극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운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예전부터 연극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고맙고, 또 유동근 선배님이 자신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한 것을 실행한 저에게 대견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웃음)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다룬 연극 ‘나는 너다’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탤런트 송일국, 뮤지컬 배우 배해선,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출연하고 윤석화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다.
“박정자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것이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해 지도를 받고 있어요. 저의 세세한 면까지 짚어내면서 잘 가르쳐 주셔서 항상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저를 부른 다음 지도를 해주십니다. 아무래도 나름 드라마에서 주연을 맞는 친구인데 자존심이 상할까봐 배려를 해주신 것으로 생각되요. 정말 고맙죠. 제가 언제 박정자 선생님 같은분과 연기하겠어요.”(웃음)
또한 그는 이번 연극 ‘나는 너다’ 연출과 제작을 동시에 맡아 상상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 윤석화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연출도 정말 힘들 것인데 제작까지 동시에 하시니 항상 안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특히 윤석화 선생님은 정말 귀신같아요. 대본 리딩을 할 때도 실수 없이 잘 읽어도 마음속에 뜨거운 것을 담지 않으면 대번 지적을 하시죠. 반면 대사를 실수하더라도 가슴에 열정을 안고 있을 때는 아무 말씀 없으십니다.”라고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극중 자신의 부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배해선과 함께 연기한 송일국. 두 사람의 호흡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며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배해선은 남편 안중근의 형 집행을 앞두고 수의를 입혀주는 장면을 연기 할 때 첫 공연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매회 공연 실제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나에 대한 반성을 하죠. 저는 기복이 되게 심하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몰입, 소화력 어느 것 하나 소흘하지 않는 그 열정 정말 본받고 싶어요.”
이렇듯 훌륭한 연기자들과 함께 첫 연극을 소화한 송일국. 자신이 연기력에 대한 그의 평가를 들어봤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연극이 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인 것 같아요. 훌륭하신 선배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아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연기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가 이번 연극에 캐스팅 된 에피소드도 독특하다.
“이 연극은 윤석화 선생님이 오래전부터 준비하셨습니다. 직접 안중근 의사 발자취를 따라서 블라디보스톡을 시작으로 하얼빈, 여순 감옥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박정자 선생님과 전복근 작가선생님과 같이 돌아다니셨죠. 그러다가 현지 중국인이 ‘매년 송일국이란 친구가 대학생들을 데리고 이 곳 항일 유적지를 돌아다닌다’는 말을 전해줬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때 윤석화 선생님의 머리에 불빛이 번쩍 하셨데요.(웃음) 나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으시다가 현지 중국인의 말을 듣고 작가와 박정자 선생님에게 캐스팅을 놓고 상의 했다고 전해주시더라고요.”
송일국은 “올해도 청산리 대장정 같다 왔어요. ‘나는 너다’ 첫 공연 들어가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흔쾌히 윤석화 선생님이 결단을 내려주셔서 배우들과 다 같이 대장정에 합류했습니다. 오히려 연습을 한국에 있을 때처럼 하지 못했지만 대장정을 다녀오면서 느낀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특히 배혜선 선배는 ‘대본 리딩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의미도 모른 채 주절거렸는데 갔다오고 나니깐 얘기하는 톤이 달라졌다’고 저에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번 연극도 그렇지만 그는 ‘주몽’이나 ‘해신’과 같은 영웅 이미지에 국한 된 것 아닌가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무 영웅이미지가 강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우려하실 수도 있겠는데 제가 배우생활 1~2년 할 것 도 아니고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밝은 이미지로 변신하면 그런 이미지(영웅)들이 금방 없어질 것이라 생각해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요.”
연극 '나는 너다' 공연기간 동안 그는 서울 어머니 김을동 의원 집에서 생활했다. 지난 2008년 3월 부산지법 판사인 정씨와 열애 1년 반만에 백년가약을 맺은 이후 부산에 신접살림을 차린 그였다.
한 창 신혼인 부인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움 컷을 터.
“판사인 아내는 부산에 있어요. 3년 단위로 전근하는데 아직 반년 남았어요. 이번 연극으로 인해 자주 보지 못했었죠 그래서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최준용 기자 yjchoi01@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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