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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 발목 잡는 불량규제 여전"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2010년 규제개혁 과제 30選발표


# 햄·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A사는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제품과 주요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는 ‘마늘햄’, ‘양파햄’, 치즈햄‘ 등을 개발해 출시했다. A사의 제품들은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므로 위생과 안전규격이 모두 동일하지만, 축산물 가공품의 품질검사는 개별 품목별로 실시해야 한다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규정 때문에 자가품질검사를 각각 시행해야 한다. 이에따라 A사는 약 120여개의 자사품목에 대해 연간 4억 4800만원의 추가 검사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현 정부의 각종 규제개혁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비용이 유발되거나 준수가능성이 낮은 규제 등 각종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아직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2010년 기업활동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를 발표하고,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번 개혁과제는 올 2월 전경련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발굴한 규제사례 300여 건을 업계검토회의를 통해 간추려 선정한 토지, 건설, 공정거래 등 9개 분야 182개 규제개혁과제를 담고 있다.

전경련은 182개 과제중에서 ▲규제준수에 과도한 비용이 유발되는 규제, ▲준수가능성이 낮은 비현실적인 규제, ▲규제기준이 불합리한 규제, ▲신규사업 및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법령 개정 또는 법령간 상충으로 사업확장을 어렵게 하는 규제, ▲중복 및 차별규제 등 개선이 시급한 6개 유형의 30개 규제를 ‘2010년 최우선 규제개혁과제 30選'으로 뽑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현장에 남아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된다면, 기업의 경영여건이 향상돼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허가 비용
B이동통신사는 지난해 농어촌지역에 통신용 전주를 설치하기 위해 1043건의 농지전용 및 산지전용허가를 받는데만 총 11억 4100만원을 지출했다. 70만원 상당의 통신용 전주 1개를 설치하기 위해 1㎡의 농지 또는 임야를 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설계도서 및 인·허가취득 용역비로 140만원, 경계측량 및 분할 측량비로 60만원 등 200만원 정도가 들어가 공사비 보다 인·허가비용이 3배 가량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농어촌 지역의 통신용 전주설치는 농어민과 통행인의 통신편의를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지 및 산지 전용허가 대상에서 통신용 철탑시설을 제외한다면, 농어촌 지역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도둑보다 도둑맞은 사람이 잘못이다?
2008년 1월 비닐하우스 단지 밑을 통과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다 화재가 나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송유관을 운영하는 D사는 송유관 파손으로 기름이 유출돼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보상받기는 커녕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을 복구할 것을 해당 지방환경청으로부터 요구받았다. 토양환경보전법에는 제3자에 의해 송유관이 손괴돼 석유가 유출되더라도 송유관 운영자가 토양오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D사는 토양오염 조사비 3500만원, 토양오염 복구비 8300만원, 시설 복구비 2000만원 등 총 1억 3800만원을 복구작업에 지출했다. 전경련은 이와관련 "석유 도난사고 뿐만 아니라 건설공사과정에서 시공사의 과실로 송유관이 파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송유관 파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건설 시공사 등 사고의 원인제공자가 1차적인 책임을 부담하되, 직접 원인자가 배상할 능력이 없어 책임질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 등이 2차적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낡아도 보수공사 못하는 충전소
법령 개정으로 시설이 노후화된 LPG충전소의 안전과 고객편의를 위한 보수공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에 위치한 C사의 LPG충전소는 1980년대 신축 당시에는 준공업지역에 속했으나, 지금은 충전소 주변에 주택들의 입지가 늘어나면서 일반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이곳은 현재 주유시설과 편의시설이 낡아 안전상 문제와 고객불편이 초래되고 있지만, 현행 국토계획법에서는 주거지역안에 있는 LPG충전소는 안전상 이유로 시설개축이나 보수조차 허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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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이에 대해 “주거지역내 LPG충전소 건축불가 규정이 획일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기존 충전소의 보수·증축도 제한되어 오히려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아졌다”며 “이미 주거지역안에 있는 LPG충전소의 경우 노후 설비의 개·보수를 허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수익 기자 sipark@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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