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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 열린 CEO가 기업을 키운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모 중소기업 간부 A씨가 최근 기자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습니다. 진심으로 믿고 따르던 CEO가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初心)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아픈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白雲有起滅(백운유기멸)이나 靑山無改時(청산무개시)라. 變遷非所貴(변천비소귀)니 特立斯爲奇(특립사위기)라."

18세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이 지은 '구름과 산(雲山吟)'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흰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졌다하지만 푸른 산은 모습 바꿀 때가 없네. 이리저리 변하는 건 좋은 게 아니고 우뚝한 그 모습이 이름다운 것이지'라는 뜻입니다.


A씨가 근무한 중소기업은 창업한 후 10여년 동안 한우물을 파오며 매년 평균 5%대의 영업흑자를 기록할 만큼 지속성장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이유로 CEO가 여러 사업 분야에 걸쳐 투자를 계속하면서 핵심 간부인 A씨와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기존 사업이 시장에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어발식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를 극구 반대했던 이 간부는 결국 사직서를 냈습니다. 이후 이 회사는 전사적으로 진행하던 대외협력사업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소기업이 중소기업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지속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특히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외형적 규모를 키우는 사이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거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CEO의 아집이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합니다.


세계적인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은 저서 '리더십 골드'에서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로서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임직원들이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급한 결과를 바라는 리더들의 행동이 때론 자신의 귀를 막아버리는 우(愚)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인들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간담회 자리를 '토진간담(吐盡肝膽)'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간과 쓸개를 다 내놓고 실정을 숨김 없이 털어놓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정부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이런 마음이 그들의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들과의 진심어린 '소통'에서부터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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