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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혐의' 납북귀환어부, 26년만에 재심서 무죄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965년 황해도에서 납북됐다가 같은 해 귀환한 뒤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정모씨가 약 26년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강원 부장판사)는 8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혐의로 기소돼 1984년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은 정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영장 없이 정씨 등을 불법 연행한 뒤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이들을 감금하고,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검찰이 작성한 정씨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교도소에서 큰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김씨의 가슴 아픈 과거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바탕으로 이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다하는 사법부가 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1965년 10월 서해 황해도에서 조개잡이를 하다 납북돼 한 달 뒤 귀환했고, 1983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등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984년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09년 1월 정씨는 재심 청구를 했고 이듬해 5월 법원이 "안기부 수사관들이 정씨를 불법 감금한 채 수사했을 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관들에 대해 유죄판결을 할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며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개시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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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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