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전공 대학원 지원 "회사와 동반성장"
직원 전용 치과병원·유치원 건립 계획도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뭔가 정체되고 소모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때마침 사내 교육프로그램이 생겨 특허와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회사가 직원과 함께 성장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회사가 마련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원에 진학한 중견기업 '바텍'의 이문영 과장(33) 말이다. 치과용 영상장비 제조업체인 바텍은 경영의 목표를 매출 몇 % 성장에 두지 않는다. 중견기업 최고의 복지를 직원에게 제공한다는 게 회사 존립의 이유다. 종업원의 물질적ㆍ정신적 만족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직원과 가족만 이용하는 치과병원을 회사 안에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동탄에 새로 짓는 본사에는 유치원도 만들어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여성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바텍에서는 매달 '바텍 위드데이(Withday)'가 열린다. 직원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바텍 경영진은 좀 더 영리하게(?) 이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한달 간 사내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요구 및 건의사항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직원과 경영진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밖에 없다.
바텍에는 경비 업무를 보는 60대 노인, 건물을 청소하는 50대 아주머니도 모두 정규직이다. 의료장비 수요에 계절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따금 비정규직을 고용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거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경영관리본부 성연호 이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드는 비용보다 이들이 정규직이 됨으로써 올라가는 품질, 줄어드는 불량률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훨씬 크다"며 "고용 불안정이 해소되면 그만큼 애사심이나 열정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1992년 문을 연 바텍은 외환위기 때 신용불량자를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 치열한 삶을 경험한 사람은 기회만 주면 더 의욕적으로 일하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장애인도 채용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회사가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갖췄다면 얼마든지 입사가 가능하다.
이 모든 경영방침은 "기업은 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로 편견 없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일자리의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노창준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노 대표는 "회사의 이익을 직원 및 주주와 함께 나누면 그 이익은 퍼져 나가게 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자리 지속 창출과 고용안정"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만 생각해 모든 사람을 채용할 수는 없는 일. 바텍이 직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열정과 공동체 의식이다.
노 대표는 책을 많이 읽는 CEO로도 유명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생각의 폭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그래서 사내활동으로 열리는 독서토론회에 매번 참석하고 있다.
인간과 사회, 기업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진행 중인 바텍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디지털파노라마 63%, CT 87%에 이른다. 착한 기업이 경영실적도 좋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바텍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 지난해 매출의 53%를 수출로 달성했다. 오는 2013년에는 해외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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