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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왜 무너졌나

[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을 정권차원에서 하나씩 ‘놓아’버리자, 한나라당 안팎의 매파는 사회 저변의 흐름을 예의주시했다.


아무나 대통령을 공격했고 누구나 권력을 조롱했다. 그들로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좌파정권’ 최대의 바보짓이었다.

드디어 ‘친북세력’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그들은, 그러나 색깔이 흐리멍텅한 이명박 대통령의 초반 국정운영이 도무지 못마땅했다.


그간의 언행을 분석할 때 시대착오적 ‘유사 파시스트’ 성향인 것으로 관측되는 그들은 ‘촛불 좀비’들이 광화문을 해방구로 만들자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강력한 초동진압 대신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따라 불렀던 이른바 중도실용 대통령을 보곤 차라리 절망한 것이다.


대오를 갖춘 그들은 대통령에게 문제의 ‘반성 원고’를 써 준 책임자와 그와 유사한 정서를 공유한 사람들의 청와대 퇴출을 촉구하는 식으로 권부 주변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주변은 어느 새 매파 및 그들을 의식하는 참모들로 채워졌고, 이때부터 MB의 언어도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 사실 국민들은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야당 주장과 민심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고 노구의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해도 애써 무시했다.


방송을 착착 장악한 데 이어 미네르바 구속 등 네티즌들을 겁박했다. 인터넷은 권력에 저항하고 불만과 불평을 배설하는 거의 마지막 해방구였는데 말이다.


세상은 조용해졌고 대부분의 언론은 태평성대를 노래했다. 이러니 5.18 기념식에도 ‘방아타령’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과연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50%를 웃돌았다.


우리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튼 매파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 지었을 것이다. “역시 한국 ○들은 쥐고 짜야 조용해 져. 대통령이 좀 이렇게 강력한 맛이 있어야지 말이야...”


세종시와 4대강 등 적지 않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이 도무지 막무가내로 진행됐고 대책 없는 대북 강경론이 횡행해도 적어도 여권 내부에선 아무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거듭되는 보궐선거 패배에도 여권은 “원래 보선은 여권에 불리한 법”이라며 가던 길을 갔다.


# 사람들은 그 많은 언론사의 그 수도 없이 쏟아졌던 여론조사 결과가 왜 단 하룻만에 뒤집혔는지 궁금해 한다.


여론조사 기관들과 자칭 전문가들은 또 이러저러한 현란한 용어를 구사해가며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도 ‘영업’을 계속하고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니 이해해 주자.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가 다른 진짜 이유를 정말 알고 싶은가? 그럼 주변의 야당 지지자들과 터놓고 술을 한 잔 해보시라.


그들은 말을 안했다. 여론조사에도 선뜻 응하지 않았다. 두려웠던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죽어나가고, 전직 총리도 검찰에 불려 다니는 판에 어디서 함부로 여당 반대를 입에 올리겠는가.


지금이 무슨 ‘유신’이나 ‘5공’ 시절이냐고 비웃으면 여권의 패배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민초들은 권력기관이 정권안보에 동원되는지의 여부를 거의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한나라당이 극히 저조한 응답률의 부실 여론조사 결과에 도취해 있을 때, 그리고 불행한 천안함 사태로 인한 북풍을 내심 반기고 있을 때, 10~20%로 추산되는 소위 ‘숨은표’는 물밑에서 조용히 폭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금니를 앙다문채 ‘선거로 응징하고 투표로 복수하자’는 민심은 투표일 당일, 그것도 오후 들어 대거 기표소로 밀려든 행렬로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당직자들이 오후 4시께 성급한 ‘축배’를 들던 그 시간에 말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만 속속 전해지는 방송 3사 출구조사에 경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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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국장대우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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