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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싸게 팔수 있다면 농사도 OK!"

[신세계 100년 역사를 준비한다] <하> 상시 저가정책 유통혁명

산지 직거래 중간유통단계 없애 소비자 직접 연결
상시 가격 할인으로 마트 매출↑ 소비자는 혜택↑
신가격정책 일단 성공적 … 저가격 장기지속 숙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맛 좋고 영양가 많은 단호박은 왜 수입품 밖에 없을까?'

신세계 이마트 채소팀의 이범석 바이어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단호박은 거의 대부분 수입종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다. 수소문 끝에 토종 단호박 품종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마트는 올 봄 제주도 애월 지역 1만6000여평 부지에 국산 '독도단호박(가칭)'을 심어 다음달 말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단호박의 국내 첫 대량 상품화다.

이 바이어는 "산지 농민과 계약 재배해 직거래하게 됐다. 조만간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국산 단호박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마트는 최근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100% 산지 직거래' 매입방식을 도입했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올 초 '상시저가(EDLP, Everyday Low Price)'를 표방하며 시작한 신(新) 가격정책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이마트뿐 아니라 유통시장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싸게 팔 수 있다면 농사도 짓는다" = 이마트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산지직거래 방식은 위탁영농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이마트와 계약을 맺은 농가에 맡겨, 이른바 '이마트 농장'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단순히 영업마진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다"며 "산지 직거래는 기존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가격할인 흐름을 완전히 정착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농산물 재배에만 신경 쓰면 된다. 100% 현금 결재가 원칙이라 안정적 수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마트 역시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20일 마늘을 시작으로 올해 11월까지 대파와 양파, 양배추, 단호박, 감자, 고구마 등 10여개 품목에 대해 100% 산지직거래를 통해 제품을 매입, 판매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채소뿐 아니라 수산물과 청과류까지 직거래 적용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상시가격 할인은 고객가치 확대다" = 이마트가 올 초 신가격정책을 선언한 이후 지난 15일까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5% 늘었다. 고객 수도 2.9% 증가했다.


대형마트업계가 4~5년 전부터 성장 정체를 보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신장률은 저렴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욕구가 컸다는 방증이다.


이 기간 이마트 내 만두와 우유, 계란, 오징어, 세제 등 장바구니 핵심 생필품들의 매출은 3~4배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가 처음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던 농심 신라면(20입)과 삼양라면(5입+1입)의 경우 행사 한달 동안 매출이 각각 560%, 170%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 품목들의 매출 상승은 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이마트의 영업 방향이 소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신가격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졌고 소비자 혜택도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가격정책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지만 앞으로 숙제도 있다. 인하된 가격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마트는 산지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할 수 밖에 없는 일부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제품은 최소 1개월, 최대 1년까지 지속적으로 인하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장중호 마케팅담당 상무는 "지속적으로 제조 협력사와 협의하고 그들을 설득해 가격 인하 기간을 점진적으로 확대, 궁극적으로는 일년 내내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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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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