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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집어든 MB "과거처럼 얘기하려면 회의할 필요 없다"

강력한 국정개혁의지 천명...참석자들 "숙연·반성"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오랜만에 '죽비(竹?)'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201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사회 구석구석에 개혁의 의지가 너무나 많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고질적 문제들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각 부처 장관들에게 부처가 갖고 있는 문제점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어느 부처도 개혁에 예외일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먼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유럽발 금융위기를 언급하면서 재정건전성과 효율적 예산편성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재정지출을 해야 하지만 재정건전성도 관심을 둬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예산집행에 있어서 낭비가 많다.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고 때로는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중복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은 출구전략과 연결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도 수입을 늘려 고성장 달성을 이룰 새로운 발상의 전환과 분발을 주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단순한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부가 주도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과 참모들의 의식부터 깨어나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와 비슷한 의견을 얘기할거면 오늘 애써 모여서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세상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같은 자료를 보면서 회의를 하니까 자료에 몰입이 돼서 사고가 비슷해진다. 대한민국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야 하느냐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회의에서 보여줬던 구태를 과감히 벗어날 것에 대한 주문이다. 이같은 뼈 있는 지적에 한때 회의 분위기가 숙연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다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의 생각에 동감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을 비롯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등 각 부처가 분야별 세출구조조정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천안함 사태와 검찰 스폰서 파문 등을 언급하며 대대적인 국정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거치는 과정에서 사회 구석구석에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며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비리 등 3대 비리 척결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많았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국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관습화되고 관례화되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이라며 "성범죄를 잡는다는 경찰이 성폭행에 가담하는 일이 나오고 물론 예외이긴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 믿어야 할 경찰을 믿지 못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스폰서 문제도 그렇다. 검찰 일부에서는 해당되는 검사들이 정말 자성하고 통탄하고 있겠지만 일부는 속으로 '내가 이권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개인 친분으로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는가' 생각하는 그것이 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사회 구석구석이 산업화·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하는 과정에서 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며 "노동부만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노사개혁도 중요 과제 중에 하나다. 이번 노동법 개혁을 통해 선진국형 노사문화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알렸다.


이 대통령은 "국방부도 이번 천안함 사태로 인해 국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국방계획에 대해서는 현실성에 맞는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R&D(연구ㆍ개발) 예산을 GDP(국내총생산)의 5%까지 올리도록 하고 있는데 절대액으로 봐서도 세계 선두국이 될 수 있으나 R&D 예산을 올리는 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다. 그 예산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이고 목표 달성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올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는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1년반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라고 말해 6.2 지방선거 이후 집권 후반기 과제 추진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과 국정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국무위원과 참모들이 노력을 경주해줄 것을 당부한 자리"라며 "집권후반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통해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오랜만에 죽비를 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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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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