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하락 실수로 간주하기엔 악재 너무 많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답을 밀려쓰는 바람에.." "다 아는 문제였는데 막판에 고치는 바람에..." "교실 밖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워 집중을 못하는 바람에.."
학창시절 시험을 보고 나면 이런 핑계를 다들 한번쯤 대보거나 혹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답을 밀려썼을 수도 있고, 막판에 답을 고쳐서 틀린 것일수도 있지만 항상 되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그것도 실력"이라는 것이다.
좀 더 완벽하게 공부를 했다면, 좀 더 내공을 쌓고 있었더라면 답안지를 마킹한 후 검토해볼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답을 밀려쓴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막판에 다른 오답과 헷갈릴 이유도 없었을 뿐더러 자동차 소리 따위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은 핑계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 밤 뉴욕증시는 굉장한(?) 핑계거리를 만들어냈다. 뉴욕증시는 장 중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역사상 일중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 트레이더의 주문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million(100만)을 billion(10억)으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매물폭탄이 쏟아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 어느쪽이든 뉴욕증시는 이를 핑계삼아 지난밤 하락을 '실수'로 간주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트레이더의 주문실수에 지난밤 낙폭을 떠안기기에는 악재가 너무 많았다.
가장 큰 악재는 유럽발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유럽은행(ECB)이 채권매입 계획이 없음을 강조하며 유로존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고, 그리스는 강도높은 긴축조치를 승인했지만 내부에서는 폭동이 일어나면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현지시각) 독일 상원의 그리스 지원 법안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오는 9일 독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리스 지원안에 선뜻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지고 있어 예측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미 연초부터 줄곧 흘러나온 고리타분한 내용이지만 이것이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인데, 이들 국가는 그리스보다는 GDP 대비 정부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경상적자가 크거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어 위기에 취약하다.
여기에 아일랜드나 이탈리아까지 더해지면 우려감은 더욱 커진다. 신영증권은 PIIGS(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는 유로내 GDP 비중의 34%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위상이 그리스 단독일때와는 완전히 다름을 지적했다.
그리스만의 문제일 경우 글로벌 경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여타 국가로 전염됐을 경우 유럽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를 뒤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된다는 것이다. 유럽발 악재를 단순히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오는 10일까지 유럽 각국의 의회 결의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만큼 갈수록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과정에서의 진통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급적으로도 외국인이 전날 현물시장에서 2년래 최대규모를 순매도한 점, 선물시장에서도 선물 수정 포지션이 지난 1월22일 3만8000계약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재차 매수로 돌아서기 이전까지는 반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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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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