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유가는 오르지만 환율은 내리면서 주유소 휘발유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분을 환율 하락분이 상쇄하면 휘발유가격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믿었는데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가격은 현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28일 석유공사의 주유소가격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월 1일부터 지난 27일까지 국제유가는 74.04달러에서 85.40달러로 7.36달러, 9.43%상승했다. 같은기간 정유사의 대리점공급가는 7.47%상승했고 주유소 보통휘발유(전국 평균기준)가격은 5.81%상승했다. 같은기간 원유도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3.55% 하락했다. 단순계산으로 유가상승분에서 환율하락분을 빼면 5.88%인상의 여지가 있는데 이는 주유소 휘발유가격 상승폭과 비슷한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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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유사별 주유소 판매가격의 변화에서도 비슷하다. 1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 정유사별 판매가격 인상폭은 에쓰오일이 6.09%로 인상폭이 가장 컸고 현대오일뱅크(6.01%), GS칼텍스(5.74%), SK에너지가 5.70%로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에쓰오일은 1월 1일 1628.91원에서 지난 27일 1728.23원으로 99.32원이 올랐다. 현대오일뱅크는 1627.91원에서 1725.65원으로 97.84원이 올랐다. 또 GS칼텍스(1646.08원→1740.63원)가 94.55원, SK에너지(1649.03원→1743.09원)가 94.06원 각 각 올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 주유소 판매가격 등의 추이를 분석한 가격조정의 비대칭은 찬반 양론이 분분한 상태"라면서 "다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내릴때는 둔감하다가 오를때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일부 지역의 최고가를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에 휘발유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조정의 비대칭은 최종제품 가격이 원료가격이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에 더 크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을 말하는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대 남재현 경제학과 교수팀에게 의뢰한 '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 분석'의 결과가 그렇다. 유가가 자유화된 시점인 지난 1997년 1월 이후 2008년 11월까지를 조사한 결과, 국제 유가가 1원 상승한 달에 국내 휘발유 세전 소매가격은 평균 0.55원, 이후 3개월 동안 1.15원 올랐다. 반면 국제 휘발유가격이 1원 떨어진 달에는 0.30원, 이후 3개월 동안 0.93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떨어질 때는 반영속도가 늦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휘발유가격이 단순변수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자유화된 1997년 1월 이후 2001년 중반까지는 국제 원유가격에 연동해서 내수 석유 공장도 기준가격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에 연동해 가격을 산정해 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적 조정을 곧바로 정유회사의 폭리나 불공정행위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06년 실시한 연구에서 국제 원유가격과 대리점 판매 가격, 대리점 판매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 사이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 각각 비대칭성과 대칭성이 발견된 바 있다.한 관계자는 "정유사의 폭리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와관련 지경부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일반판매소' 등 4단계로 수직 계열화된 석유제품 유통구조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기존 유통계통의 구분 없이 정유사의 평균공급가격만 제시했던 석유제품 가격공개방식을 주유소, 대리점, 사업소 등 각 유통계통에 대한 평균공급가격 공개로 바꾸기로 하고 관련 연구용역과 법개정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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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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