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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56살, 욕심 버리고 사업 새출발

재계100년-미래경영3.0 창업주DNA서 찾는다 <8>효성그룹 조홍제 회장①
이병철 회장과 동업 청산 1962년 효성 설립
'때로는 버리는 것이 얻는 것' 號 '晩愚'사용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고(故) 조홍제 회장이 '만우(晩愚)'라고 칭한 것은 스스로를 '늦되고 어리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만우'라는 호를 사용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삼성과의 동업 청산이었다. 1962년 삼성과 지분 정리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이 없었다.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주력 계열사를 손수 키운 만우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당시 하루에 5~6갑의 담배를 피우면서 고민에 휩싸였다. 당시 삼성의 주력기업이었던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했던 만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서 나올 때 그의 몫으로 떨어진 재산은 부실덩어리였던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이론 지분 3억여 원 정도였다. 전체 삼성 자산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억울했지만 그는 깨끗이 정리했다.

만우는 십 수 년이 흐른 뒤 이 때의 결단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내 평생 수많은 결단 중 가장 현명했다. '때로는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요, 버리지 않는 것이 곧 잃는 것이다'라는 역설적인 교훈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늦되고 어리석어 재산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만우는 '효성'이라는 새로운 사업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56세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웬만하면 받은 돈으로 적당히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젊었다느니 늙었다느니 하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나이가 들었어도 이를 잊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 성취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조선제분 등 인수 당시 대표적인 부실기업을 만우는 불과 3~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삼성시절부터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한 결과였다.


혹자들은 만우의 성공에 대해 '사업운이 좋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운이라는 것도 노력한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행운'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늦고 어리석은 만큼 만우는 매사에 신중했다. 사업에 착수하기 전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질 정도로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1960년대 중반 한국타이어는 일본 요코하마 타이어와의 기술제휴를 시도했다. 제휴 범위와 기술료 등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우는 일년간 지급할 기술료와 이익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의 수지계산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1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10년을 예측하는 계산서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장선곤 전 한국타이어 사장은 "솔직히 많이 투덜거렸다. 회장께서 무리한 일로 들볶는다고만 생각했다. 헌데 지나고 보니 중대한 계약일수록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결론을 내야한다는 점을 가르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때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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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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