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저온현상 탓 기형으로 자라 농민들 울상…밭 갈아엎고 새 모종 심기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이상기온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야구공만한 수박’이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9일 충청권 농가 및 충남·북도에 따르면 최근 궂은 날씨와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수박생육이 부진,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공주, 부여 등 충남지역과 친환경수박으로 유명한 음성을 포함한 충북지역에 이르기까지 피해범위가 넓다. 이런 현상은 영남, 호남 등 다른 지방도 비슷하다.
일조량 부족과 잦은 비로 올해 수박수확은 평년의 20~30%에 머문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수박 꽃이 피지 않거나 피어도 꽃가루가 나오지 않아 수정과 착과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특히 기형수박이 크게 늘어 내다팔 수 있는 상품은 얼마 안 된다. 예년의 이맘때쯤이면 배구공만한 수박이 70~80%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야구공 수박’들이 그만한 비율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고 새 모종을 심지만 노지수박과 출하시기가 겹쳐 제값을 받기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중간상인들 발길도 뚝 끊겨 농민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마른 수박줄기를 뿌리째 뽑아내고 있는 공주지역의 한 농민은 “수박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면서 “홍수, 지진만 재해가 아니라 이런 것도 바로 재해”라고 말했다.
부여농업센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활발했던 포전거래(밭떼기)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이상기후로 수확을 포기한 수박재배농민들은 정부지원으로 자재 값이라도 건질 수 있길 바란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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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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