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길 물속은 물론, 한 길 국방부 속도 모르는 상황’을 근 2주간이나 체험하고 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방부의 입장이 이리도 우유부단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국민들은 믿었던 군에 대한 실망감이 한층 클 것입니다.
천안함 침몰은 생각할수록 참 특이한 사건이죠. 대부분의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혹이 하나씩 풀려가기 마련인데, 이 사건은 갈수록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뿐 아니라 군 당국이 스스로 발표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점점 의심이 더 한다는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국무회의 석상에서 “민·군 합동조사단장을 신뢰할 수 있는 민간 전문 인사가 맡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요.
세계 최대의 조선 강국이 겨우(?) 1200t짜리 배 한 척 침몰한 걸 제때 못 건져 올려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온 나라가 과연 매일 월드컵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보듯이 매달릴만한 비중이 있는 사건인지,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사를 모르는 가족들이야 답답해서 그렇다지만, 다양하게 생계를 꾸리고 생업에 매달리는 서민들에겐 서해안의 뉴스가 다소 과잉 서비스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만약에 유사한 사건을 미국 해안에서 미국 군함이 당했다면, 우리처럼 여태 사고원인도 규명 못한 채 실종자들의 생사조차도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인양에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면 임대해 사용하면 될 것이고, 전문가가 없다면 즉시 수소문해서 조언을 구하면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측은 무성하면서 속 시원한 결과 하나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군 당국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침몰과정처럼 수습과정에서도 어설픔을 노출했다는 뜻입니다.
‘함미를 먼저 인양해야 한다’고 굳이 대통령이 언급을 하고나선 것도 좀 이상합니다. 실종자들이 몰려있다고 추정되는 함미가 당연히 함수보다 먼저 건져 올릴 필요가 있는 게 상식인데, 왜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그 사실을 군에다 강조해야 했을까요. 단순히 생명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었을까요?
겨우 선체에 쇠줄을 감는 단계에서 나온 군의 발표도 또 의혹을 더합니다. ‘불필요한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절단면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그 의도가 의심을 받자 하루만에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군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천안함의 절단면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필요이상의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왜 감안하지 못하는지 안타깝기만 하죠. 절단면을 보면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그런다는 해괴한 논리는, 도대체 누가 누구를 생각해주고 있는지 ‘걱정도 팔자’란 생각이 듭니다.
해군은 잠수요원들이 쇠줄을 감는 과정에서 미리 촬영한 화면도 보았을 것이고, 잠수대원들로부터 사고부위의 생생한 목격담도 들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천안함의 침몰과정에 뭔가 떳떳하지 못한 면이 있었거나 숨기고 싶은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고 마음껏 상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규명과 의혹 해소를 위해 군사기밀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겠다’는 명백한 오기에 불과합니다. 첨단과학시대에 군사기밀의 범위를 어떻게든지 확장해 보려는 시대착오적인 영역 지키기입니다.
침몰원인은 고사하고, 감추려 할수록 커지는 의혹덩어리를 통제만 하려고 드는 게 문민정부의 군대임을 망각한 듯 보입니다. 결국은 국방부 차관뿐 아니라 장관까지도 민간인을 기용해야 한다는 국방개혁의 당위성을 군이 스스로 입증해주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이런 군의 치욕이 멀리 소말리아 해역에서 만회될 기회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수세에 몰리면서도 내심 명예회복 기회를 찾고 있던 해군에 딱 걸린 소말리아 해적들. 그것도 ‘충무공이순신함’이란 막강한 차세대 주력 구축함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것입니다.
지금 뜨는 뉴스
차제에 속 시원하게 해적들을 격퇴하고 남은 잔당들까지 추적해 다시는 한국선단을 노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단단히 주리를 틀었으면 통쾌하겠죠. 반면에 혹시라도 삼호드림호 구출작전에서 한국선원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분간 해군의 위상을 되찾을 기회는 좀처럼 없을 것입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