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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초계함침몰]해군 제2함대 사령부 나흘째 날..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사고발생 69시간이 되는 29일 오후 7시를 앞둔 실종자 가족들은 마음이 바빴다. 함 내에 생존자가 갇혀 있을 경우 산소 공급 없이 버틸 수 있는 최종 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자 구조 작업의 최적시간으로 알려진 오후 2시.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예비군 교육장에 모인 가족대표들은 조속한 수중 구조 활동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불러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군 당국은 전날 구조 활동에 투입됐던 민간인 홍웅씨와 김용광씨 등에게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케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였다. 군 관계자들은 성난 가족들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매를 맞기도 했다.


사고자 가족들은 내친 김에 사령부로 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새 동원된 영내 장병 수백 병이 사령부 겹겹이 에워쌌다. 사령관을 만나려는 가족들과 출입구를 막아선 장병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마침내 김동식 2함대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대표 100여명은 수중 구조 활동의 진척상황과 구체적인 구조방법을 설명하라고 다그쳤다. 김 사령관은 전군의 모든 잠수장비와 인원을 동원해 생존자 구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생존자 확인 여부와 공기주입 작업 등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못했다. 되레 천안함을 인양할 크레인과 미군 구조함의 이동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이 다른 군 장성의 말과 달라 가족들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가족대표들은 "해군이 무언가를 은폐하려고 실종자 구조를 일부러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고 울부짖었다.


이어, 화는 부대 내 체육관 앞뜰에 설치 중이었던 천막으로 옮겨 붙었다. 김 사령관은 “사고자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부대를 찾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영시설”이라고 해명했으나, “가족대표들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당장 천막을 철거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천막 철거 현장에서는 또 한 번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3일간 가족대표들과 숙식을 해온 사람이 경찰 정보 관계자로 밝혀진 것이다. 격분한 가족대표들은 “기무대에서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스파이를 심어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가로 2명의 경찰이 정보요원이 발각되면서 때 가족대표들끼리 서로 신분을 확인하며 프락치를 색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기울었다. 허탈한 가족들은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저녁 6시30분부터 정호섭 해군본부 인사 참모부장을 비롯한 군관들과의 질의응답시간이 있었지만 결과는 역시 신통치 않았다.


말없이 가족대표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군 당국의 말 바꾸기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오늘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니 조난 가족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 종일 가족들 틈에 끼어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를 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던 모양이었다.


저녁 8시, 실망한 가족들은 하나둘씩 교육장을 떠났다. 사건 발생 나흘째 날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그러나 가족대표들은 실종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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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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