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소유 골프빌리지를 수십일 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곽 전 사장이 비용을 치러줘 골프를 쳤다는 검찰 주장이 나왔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속행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한 전 총리가 2008년부터 지난 해 사이 모두 26일 동안 곽 전 사장이 소유한 제주도 골프빌리지에 무료로 머물고, 곽 전 사장이 일부 대금을 치러줘 골프도 쳤다는 수사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정확한 투숙 시기와 기간은 2008년 11~12월에 약 3주, 지난 해 7~8월에 8일 가량이며 투숙하는 동안 세 차례 골프를 치고 이 가운데 한 차례는 곽 전 사장이 비용을 대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는 자서전 집필을 위해, 지난 해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장 뒤 휴식을 취하려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골프빌리지에 무료로 머물렀다는 점은 두 사람이 5만달러를 주고받을 만큼 친했다는 걸 증명한다"면서 "'곽 전 사장과 별로 친하지 않다', '골프는 치지도 않는다'는 한 전 총리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도 증명하는 자료"라고 했다. 또 "지난 19일 첩보를 입수했고 즉각 수사에 돌입해 23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변호인은 "여기가 상대방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다. 공소사실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므로 정말 받았는지, 받았다면 그 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게 쟁점"이라면서 검찰의 갑작스러운 자료 제출을 비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자료를 검토한 뒤 증거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고 재판부도 채택 여부 결정을 뒤로 미뤘다. 변호인은 자료 검토 뒤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증인으로 나와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로 추천받는 과정 등에 관해 증언했다.
이 전 차관은 "당시 석탄산업과장 김모씨에게 '곽 전 사장이 필요한 자료 같은 게 있으면 챙겨주라'고 지시한 기억이 있다"면서 "정세균 당시 장관이 포괄적으로 '(곽 전 사장을)챙겨보라'고 저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또 "곽 전 사장이 탈락한 사실을 정 당시 장관에게 보고하자 '산자부 추천 순서가 안 지켜졌군'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산자부는 당시 곽 전 사장을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 1순위로 청와대에 추천했다.
이어 "당시에는 공기업 사장 자리에 민간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면서 "한 전 총리가 정 당시 장관에게 곽 전 사장 추천을 청탁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총리가 공기업 사장 임명 과정에 관여하는 길은 완전히 막혀있었다"고 덧붙였다.
곽 전 사장이 대한통운을 떠난 뒤 그의 취직을 도우려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에게 힘을 써 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는 A경제신문사 대표 곽모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곽씨는 "2005년에 곽 전 사장이 정 당시 장관과 골프를 주선해달라고 부탁한 기억이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주선해주진 못했고, 결과적으로 정 당시 장관을 곽 전 사장에게 소개해주진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 등에게 곽 전 사장 취직을 부탁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 오찬 때 곽 전 사장에게서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정 당시 장관에게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곽 전 사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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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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